[일지] 게임 제작의 발자국

[개인] 2024 하반기 결산: 결국 그렇게 됐습니다.

련잉엥용 2025. 1. 31. 17:20

0.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세요?

마지막 글이 9월쯤이었다.

바빴던 한 해를 마치고 1월이 다 끝나서야 돌아오게 되었다. 약 한 분기 정도 되는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취업에 성공했다. 좋은 일도 많았고, 아쉬운 일도 많았지만, 결론적으론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와 기쁘다. 생활이 한결 안정되고, 이전처럼 바빠 죽을 정도의 일정은 아니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여유를 부리지는 못한다.

학생이라는 신분이 만료되고 직장인이라는 신분이 시작된다니. 당장 다음 주 출근을 하는 직장인의 운명을 마주하니 이제야 칼취업한 사람들이 걱정 어린 눈빛으로 말하곤 하던 "딱히 칼취업할 필요 없어... 좀 놀다 와..."라는 말이 체감된다. 조금 더 놀다 갈걸 그랬나 싶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은 배부른 소리다.

 

그래도 성장의 여지는 언제고 남아있으므로, 블로그 글은 다시 쓰기로 한다.

블로그를 방치해두기는 아깝기도 하고, 아무리 품이 많이 든다 해도 이곳에서 서브컬쳐 캐릭터들을 분석하고 내 열정을 설명하는 일기에 가까운 글들에 애정이 간다. 따라서 이전처럼 한 주에 글 하나씩 쓰지는 못하더라도 짬짬이 한 달에 하나씩이라도 뭔가의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까지 간단한 공지.

이제 2024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드립니다.

 


 

1. 2024 하반기 제 1의 목표: 취업

 

목표, 내가 원하는 분야의 게임에 내가 원하는 직무로 취직을 하는 것.

물론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 목표하는 바는 게임업계 지망생이라면 누구든 지망할만한 기업의 공채에 붙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직무는 많으니만큼 잘 알아보고, 그에 맞추어 준비를 열심히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쯤 실패했다가 대성공을 거뒀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기존에 원하던 건 실패했지만 그보다도 좋은 목표를 성공하게 되었다는 것. 제 2의 목표를 달성해 내게 더 잘 맞는 기업에 좋은 직무로 붙었기 때문이다.

 

9월부터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직무에 대해 차례차례 분석을 해보며 나의 강점을 표현하기 좋은 소재로 기획을 해봤다. 이전에는 어떻게 시작할지 감도 안 잡혀서 머리를 싸맸고, 접근하기 쉬운 소재로 시작하기 일쑤였는데, "아 이렇게 만들면 재밌을텐데..."하는 소재를 통해 기획을 시작하니 전과는 다르게 오히려 말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탈이었다.

잘 추리고 추려서 요약 포트폴리오를 포함해 5개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조금 많긴 하지만, 그 덕에 여러 기업에 지원할 때 범용성은 좋았다. 1지망을 중심으로, 2~5지망까지는 커버해서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분량이었다.

 

그리고 10월에 슬슬 채용 공고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지원하려는 기업들을 리스트업하고 비교분석을 해보았다. 당시에는 5개의 포지션을 선정했고, 추후 올라오는 공고들도 눈여겨보며 업데이트해나가며 지금은 8개로 늘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뒤에 스크랩한 3개의 포지션은 준비하기도 채 전에 5개의 포지션 중 하나에 붙게 되었다.

 

 

1-1. 고대하던 1지망 포지션은 어떻게 됐나?

 

최종 면접까지 갔다. 하지만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서류 합격부터 과제 전형까지, 정말 살 떨리는 일정을 거치며 최선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도 내가 성장하는 게 느껴졌다. 특히 과제 전형 때는 학교를 일주일 간 쉬어가면서 거기에만 몰두했다. 지금도 이 35페이지짜리 PPT와 테이블은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과제 전형까지 붙고, 그 뒤의 최종 면접은 다대다로 진행이 됐다.

면접자가 셋이었고, 면접관 분들은 우리에게 차례차례 질문을 하나씩 돌아가며 물었다. 질문은 평이하다 못해 정말 일반적이었다. 그런 탓에 완전히 내 강점을 발산했나? 라고 한다면 그건 아닌 것 같지만, 최소한 내 역량의 80% 정도는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올직히 함께 면접을 본 사람들 중에서는 그래도 내가 가장 답변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해당 부서에서 근무하는 지인과도 컨택했는데, 그런 답변이라면 웬만하면 붙을 거란 말을 들었다.

 

<면접 질문 리스트>

1. 1분 자기소개
2. 왜 게임업계를 지망했는지?
3. 왜 그 중에서도 게임 기획자를 지망했는지?
4. 왜 그 중에서도 해당 직무를 지망했는지?
5. 좋아하는 RPG 장르의 게임은?
6. 게임업계에서의 최종 목표는?
7. 기억에 남는 플레이 경험이 있는지?
8. 혼자 일하기 vs 협업하기
9. 협업 실패 사례와 이를 극복한 경험
10. 사수와 의견 차이가 생긴다면?
11. 마지막 어필과 질문

 

면까몰이라곤 하고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정황을 조합해봤을 때 붙을 거란 자신이 꽤 있었다.

그렇지만 생각대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나중에 다시 들어보니, 최종 통보까지의 기간이 꽤 있었는데 그 동안 내부 사정이 생겨 해당 포지션엔 아예 아무도 채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물론 내가 내부자가 아닌 이상 확실하진 않다. 하지만 이런저런 창구를 통해 들은 바로는 꽤 신빙성이 있어보였다.) 아프지만 요즘 업계의 상황, 그리고 가려던 게임 장르의 상황을 살펴봤을 때엔 회사 입장에서도 그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픈 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거기서 멈추고 다 놓아버릴 순 없었다. 그러니 쪼끔 많이 울고 다시 일어났다.

주륵주륵

 

 

1-2. 그럼 어떤 포지션에 합격했나?

 

이 포지션은 꽤 독특하게 진행이 되었다.

지원할 때만 해도 3지망 정도로 생각하는 포지션이었는데, 붙고 나니 1지망으로 올라와버린 포지션.

내가 지원한 기업은 주력으로 내세우는 게임 A가 하나 있고, 이번에 신작으로 내려는 게임 B가 하나 있었다. 나는 사실 A는 아무래도 오랜 서비스를 이어오며 엄청난 고인물 풀이 형성되었던만큼 익히 명성만 들었을 뿐 딱히 해보지는 않았다.

A와 B를 비교해보자면 당연히 A쪽으로 가는 게 내 커리어엔 유리했다. B쪽을 취업 순위 3지망 정도로 생각 중이었다면, A쪽으로 간다면 이 포지션이 2지망 정도로 순위가 바뀔 수도 있는 정도. 신입으로 따지면 라이브 서비스 중인 A로 가는 게 엎어질 가능성도 있는 B에 비해서는 커리어 상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니까. (물론 이건 기업마다, 게임마다, 장르마다, 직무마다 케바케긴 하다.)

그러나 내가 해보지 않은 게임 A를 당장 플레이해서 기획자로서의 깊은 인사이트를 키우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B쪽도 꽤 재미있어보였으니... 이번에는 B쪽 포지션에 관심을 기울였다. 아무튼, 내가 당장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지원하는 게 유리하니까.

그렇게 B의 컨텐츠 기획 쪽으로 지원서를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인사담당자 분께서 내게 B 말고 A의 다른 포지션으로는 생각이 없으시냐고 하셨다.

심지어 컨텐츠 기획도 아닌 다른 기획 직무였다.

그리고 공고 보니까 원래 3년차 경력직 뽑는 거던데. (물론 이 정도는 신입도 커버할 수 있기야 하지만... 그래도.)

네?

 

저로 괜찮아요?

 

다행히 설명을 들어보니 하는 일은 거진 컨텐츠 기획과 유사하긴 하고, 오히려 직무 자체도 커리어패스로만 따지면 기존 직무보다 더 좋아보였다. 게다가 나야 A로 간다면 땡큐긴 한데... 오.  안 해본 주력 게임의 안해본 기획 직무로 가는 게 괜찮을까, 걱정이 됐다.

그래도 귀한 면접 기회를 놓칠 수는 없으니 일단 OK를 하고, 해당 게임과 포지션에 대해 죽어라 열심히 공부를 해봤다. 열심히 플레이하며 게임에 대한 정보를 쌓고, 내가 해낼 업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니 왜 나를 이쪽 포지션으로 원했는지도 얼추 이해가 됐다.

업무 특성상 한 세부 분야의 기획만을 파고든 사람보다는 범용성 넓은 기획을 커버할 수 있고, 서브컬쳐 스토리에 관심이 많으며, 주체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원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최대한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고, 그런 류의 스펙도 많았으니까. 심지어는 이전에 했던 프리랜서 업무도 꽤나 연결이 많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니이거고인물천국인게임인데진짜저로괜찮으세요?

 

그렇게 벼락치기 공부 끝에 1차 면접을 봤다.

나는 이 때의 면접 경험이 굉장히 좋았다. 면접을 즐겼다!고 말할 정도니까.

4명의 면접관 분들이 들어온 다대일 면접이었지만, 이번 경험 덕에 나는 내가 다대일 면접이 다대다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다대일과 다대다는 장단점이 분명하다. 다대일 면접에서는 면접이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반면, 내가 꼬리질문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폭망이다.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이다. 반면 다대다 면접에서는 면접관의 시선이 여럿에게로 분산되어있지만, 꼬리질문이 적기에 대답의 난도 자체는 쉬워진다. 대답에서 다른 면접자보다 돋보이기만 하면 유리해진다. 그러나 나를 자세히 어필하기는 어렵다.

나는 어필할 게 많은 사람인만큼 전자가 유리하다. 실제로 면접 중에 면접관 분들께 나를 각인하기 좋았고, 꼬리질문에도 나름 잘 대처해나갈 수 있어 나에 대한 어필이 다대다 때보다 더 잘 됐다. 내가 무언가를 설명할 시간도 충분했고, 면접관 분들도 궁금한 게 있다면 그걸 물어보실 시간이 충분했다. 나중에 가서는 내가 막 신나서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니 면접관 분들이 나를 귀여워하시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그렇다고 폭주한 건 아니고... 그냥... 진심이 어필될 정도의 '열정적'이다. 막상 쓰고보니 부끄럽다.)

 

<면접 질문 리스트> (+개인적인 내용이라 기재 불가한 꼬리질문 다수)

1. 자기소개
2. 왜 기존에 하던 직무가 아닌 이 직무로 지원하게 됐는지?
3. 좋아하는 게임 장르는 무엇인지?
4. 해당 직무 관련해서 잘 만들었다고 느낀 게임 컨텐츠가 있는지?
5. 해당 게임에서 만들고 싶은 컨텐츠가 있는지?
6. 왜 게임 캐릭터에게 서사와 캐릭터성이 중요한지?
7. 캐릭터성을 강조할 때의 전략이 있는지?
8. 스토리 연출과 관련한 경험이 있는지?
9. 인상깊게 본 캐릭터(최애)가 있는지?
10. 아트/플밍 쪽 역량이 드러나는 것 같은데, 관련 경험을 소개해줄 수 있는지?
11. 1인 개발 경험이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만들고 어떤 것을 배웠는지?
12. 인디게임 제작 경험이 많은데, 협업하며 느낀 것이 있는지?
13. 가장 일하기 힘든 사람은 누구였는지?
14. 인디게임으로의 창업 생각은 없었는지?
15. 최종적으로 게임업계에서 일하며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는지?

 

면접의 내용은 거의 이 블로그에 쓰는 분석글들을 정리해 말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어째서 서브컬쳐 캐릭터와 그 퀘스트를 만드는 데 열정적인지 설명하며 나의 진실됨을 어필할 수 있었고, 답변이 끝나자마자 쏟아지는 꼬리질문들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걸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로 연결지으며 생각의 깊이를 드러낼 수 있었다. 질문에 대답하는 게 기대되고 재밌을 정도였다.

물론 해당 게임을 안해본 데 대해서는 많이 아쉬워하시는 것 같았지만, 그걸 솔직하게 말씀드리며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워낙에 고인물 게임이다보니 이해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뉴비의 입장에서 본 게임에 대한 분석이 들어가 있으니 한결 잘 받아주셨던 것 같다.

 

마지막 역질문 시간에는 어떠한 인재상을 원하냐고 여쭈었는데, 주체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원한다고 하셨다.

그 때 내가 면접을 잘 봤음을 느꼈다. 중간에 아예 면접관 쪽에서 "ㅇㅇ님은 주체적으로 일하는 분이신 것 같은데..." 하며 질문을 해주셨으니까. 내 역량과 스타일은 잘 어필되었고, 그게 팀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일하면 재밌겠다는 인상도 들었다.

 

면접 후기

 

이래서 면접은 소개팅 같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1지망으로 생각했던 포지션의 면접에서는 느낄 수 없던 어떠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이제야 소개팅면접 2회차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면접이라는 게 있을 수 있구나, 신기했다.

만약 이 분들께서 당장 업무에 투입하기 위해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원한다면 떨어질 것이고, 조금 더 성장시켜서 더 넓은 업무에 투입하기 위해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을 원한다면 붙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붙었다! 야호.

1차 면접이 끝나고 일주일 뒤쯤, 새롭게 추가된 과제 전형을 안내해주셨다.

서로에게 합리적이었다. 회사 쪽은 내가 얼마나 이 게임을 이해하고 기획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나도 이걸 증명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나는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해나갔고, 그만큼 플레이하다보니 점점 이 게임에 대해 애착도 많이 가게 됐다. 그러다보니 이 게임에 만들고 싶은 또다른 컨텐츠가 생겨났고, 나는 그걸 중심으로 내 기획을 펼쳐나갔다. 기존에 하던 일보다는 조금 더 시스템에 집중된 기획이었는데, 이건 또 이것대로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단 한 가지 문제라면 문제였던 건 그 때가 딱 연말이었다. 학업, 프로젝트, 취준을 병행하던 나는 딱 이 때 긴장을 풀고 다른 모두와 함께 릴랙스하며 쉬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물론 회사 쪽에서도 이런 걸 감안해서 과제 기간을 넉넉히 주셨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은 간사하기 짝이 없다. 넉넉한 과제 기간 동안 쉬엄쉬엄 하려니 마음이 불편하고, 계속 과제만 붙잡고 있기엔 놀고 싶어진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제는 잘 끝냈고, 제출한지 이틀만에 (사실상 공휴일을 제외하면 하루만에) 2차 면접 제의를 주셨다.

 

2차 면접은 1차 면접만큼이나 좋았다.

게임의 디렉터님과 인사담당자 분, 두 분이서 면접관으로 들어오셨다. 당연한 거긴 하지만 뭔가 또 디렉터님을 직접 뵈니 신기했다.

주로 디렉터님께서 내게 질문을 하셨기에 일대일 면접에 가까웠다. 대답이 끝난 직후 이에 대해 또다른 꼬리질문을 곧바로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나의 생각의 깊이에 대해 검증하는 느낌이랄까, 진정 내 생각이 아닌, 달달 외우기만 한 답변을 내놓는다면 그 다음 질문에 답변이 턱 하고 막힐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다.

 

<면접 질문 리스트> (+역시나 개인적인 내용이라 기재 불가한 꼬리질문 다수)

1. 자기소개
2. 왜 하필 해당 직무를 선택했는지?
3. 이전 직무 중 아트 경험이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직무가 바뀌게 되었는지?
4. 서브컬쳐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5. 왜 서브컬쳐 게임에서 캐릭터의 성능 말고도 캐릭터성과 서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6. 게임 외에 가장 좋아하는 컨텐츠, 덕질하는 컨텐츠는 무엇인지?
7. 게임을 포함해서 여러 캐릭터들 중 최애가 있는지?
8. 해당 게임을 얼마나 플레이했는지?
9. 해당 게임이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개인적인 평가는?
10. 해당 게임의 신규/복귀 유저를 위한 루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11. 해당 게임에 개선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12. 해당 게임에서 만들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는지?
13. 1인 개발 경험을 소개해줄 수 있는지?
14. 학교 전공이 무엇인지 소개해줄 수 있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15. 가장 힘들었던 협업 경험은?
16. 같이 일할 때 좋은 사람과 안 좋은 사람은 어떠한 유형인지?
17.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찼던 프로젝트 경험은?
18. 가장 힘들었던 프로젝트 경험은?
19. 좋은 기획자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20. 10년 뒤, 자신이 어떤 기획자가 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그간 게임을 제작하며 느꼈던 바에 입각해 최대한 진실된 답들, 단순히 뜬구름 잡기보다는 현실적이라 생각하는 답들을 내놓았다.

가령, 캐릭터의 성능에 따라 지갑이 열리는 해당 게임의 유저들에게 왜 캐릭터의 특성과 서사가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바뀔 수밖에 없는 캐릭터의 성능에 비해, 장기적인 애정과 애착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스토리를 통해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와닿는 답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나름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므로 이에 대해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었다.

 

면접 중 감동받은 포인트도 있었다. 디렉터님께서는 내가 제출한 포트폴리오를 언급하시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을 인상적으로 보셨다며, 이걸 우리 게임에도 적용해볼 수 있겠냐며 물어보기도 하셨다. 솔직히 나는 꽤 큰 규모의 게임 프로젝트 전체를 운영하시는 디렉터님이신만큼, 신입 지원자인 나의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읽어주실 거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세세하게 봐주시니 꽤 감동받았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질문을 할 때에 디렉터님의 답변을 듣고 정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면접이 마무리될 때쯤, 내가 질문할 시간이 되자 나는 순간적으로 어떤 걸 물어봐야할까, 하다 순수한 궁금증에 지금 당장 해당 게임이 바라보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지에 대해 여쭈었다. 그 때 들은 답변을 정확히 공개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어서 뭉뚱그려 이야기하자면, 디렉터님의 답변에서 이 게임과 유저들, 그리고 개발진을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마음에서 어떻게 하면 이것을 최대한 오랫동안 좋은 서비스로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디렉터님의 답변을 듣고 이곳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열망이 한층 더 강해졌다. 이런 분 아래에서 일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신입 타이틀도 달지 않은 병아리 따리지만... 그래도 감동은 감동인 거다.

 

그렇게 면접을 마치고, 일주일쯤 뒤에 합격 전화를 받았다.

페이도 생각한 것보다 꽤 많이 주셔서 놀랐다. "~정도로 오퍼드릴 계획인데, 혹시 괜찮으실까요?"라는 인사담당자 분의 말에 "어우... 저야 감사하죠..." 할 뻔 했다. 게다가 여기 복지도 좋기로 유명한 회사거든... 그 전에도 이렇게 저렇게 알아보며 이 포지션이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지만, 여러모로 조합해봤을 땐 여기가 1지망보다도 내게 훨씬 좋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뭔가 안되는 게 있다면... 그건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해 그런 거다. 우왕.

 

 

1-3. 짧은 취준을 끝내며 느끼는 것

 

그렇게 나는 칼취업에 성공했다.

작년 3월부터 막연히 가고 싶은 포지션에 대해 정한 뒤, 9월부터 본격적인 취준을 해서, 1월에 합격. 그리고 2월부터 출근이다. 우와 나 깐지나잖아! 헤헤.

 

주변에서 많은 축하를 받았다. 감사할 따름이다.

나의 취업 준비는 물론 내 노력도 있지만, 그보다도 많은 귀인 분들이 다양한 조언과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빠르게 끝날 수 있었다. 그래서 취업에 성공하고 나서 곧바로 그 분들께 감사 인사와 선물을 보냈다. 사실 선물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다. 앞으로 오래오래 보면서 보답하기도 하고, 이 좋은 인연을 끝까지 이어나가고 싶다. 정말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취준을 하며 바뀐 시선들, 새롭게 보게 된 것들, 기업에서의 시선 등을 배우며 나도 많이 성장해나간 것 같다. 정말 열심히 살아보면서 내 안의 워커홀릭 기질을 재발견하고, 나의 목표의식을 불태우기도 하고, 실패 아닌 실패도 겪어보며 겸손해지기도 했다. 여전히 배울 길이 많고, 이제 다시 시작이다. 지금도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인사이트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또 한편으로는 간사하게도 이제야 조금 쉬고 싶다. 맨 위에서 언급했듯 막상 출근을 하려니 진짜 출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쉬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 성격상 이대로 쉬면 어차피 뭐라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해하기만 할 거라는 걸. 그나마 설 연휴 덕에 2주 가까이 첫 출근을 기다리며 쉴 수 있어 다행이다.

새로운 시작에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된다.

 

살려죠

 


 

2. 그 외에는...

 

이쪽에도 많이 할애하려고 했는데 막상 쓰려니 이제 힘이 다 했다. 아이고야.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 진행하던 일들은...

학교는 졸업 판정을 받았다. U 프로젝트 졸업작품의 경우, 기대하던 만큼의 규모는 나오지 않았으나 나름대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정도의 규모로 원활히 끝마쳤다. 과제전에서 1등을 했으니 그걸로 족하다.

S 프로젝트의 프리랜서 일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12월까지 달리며 유저 분들의 많은 호응을 지켜보면서 나도 많이 애정이 갔던만큼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참 고마운 경험이었다. 추후에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진다.

D 프로젝트는 거의 쉬어가다시피 했다. 팀원 모두가 각기 다른 이유로 바쁘기도 했고, 모두가 합의 하에 천천히 굴러가기로 했다. 이제 직장을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다시 살아날 거다.

아쉽게도 12월 한 달 동안은 너무 바빠서 필라테스를 하지 못했는데, 후회 중이다. 체력이 많이 딸리기 시작하면서 1월 중순에 곧바로 필라테스를 끊었는데, 한 번 했을 때와 안 했을 때를 비교하니 정말 체력 차이가 크다. 코어 차이도 크다. 진짜 운동 열심히 해야지. 이제 입사 이후로는 운동 시간을 어떻게 낼지가 좀 고민이다.

 

  • 시작한 일들은...

연애를 시작했다. 개인적인 일이라 크게 언급하진 않을텐데, 덕분에 행복하다.

새롭게 P 프로젝트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화라 나중에 따로 고 부분만 다룰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 하던 게임들은...

리버스:1999는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다. 12월 동안은 취준 스트레스 때문에 쉬어가긴 했지만, 1월 들어서 다시 엄청나게 하고 있다.

던파모바일, 원신, 명조 등도 손을 댔으나 다시 소강 상태다. 지금 당장은 새롭게 플레이할 게임을 찾아야하나, 싶던 차에 지금 입사하게 된 게임 쪽을 파고들고 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래도 입사 후에 안정기에 접어들면 다른 게임들도 많이 플레이하고 싶다.

 


 

3. 앞으로는?

 

도굴아 꼭 돌아오렴... 나 네가 너무 좋아... 바부팅아...

 

당연히 입사 후 적응.

이게 가장 큰 목표다. 지금 회사에 대해 큰 기대가 있는만큼 앞으로에 대해 설렘이 크다.

언리얼BP는 여전히 배워나가고 싶다. 솔직히 지금 당장의 업무엔 필요 없지만, 좋은 기획자로서 계속 엔진 공부에 대한 갈망을 느낀다. 올 한 해 동안 크게도 말고, 교재 한 권 분량의 진도를 나가는 것이 목표다.

게임을 좀 더 많이 플레이하고 싶다. 취준을 하며 내 게임 플레이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무엇이 됐든 국내 기업 게임들, 그리고 최신 트렌드에 맞는 게임들은 조금이나마 손을 대볼 거다. 정말 시도해보지 않은 영역도 시도해나갈 기획이다. 컨트롤 실력 좀 키워야지.

 

음... 사실 뭔가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를 짓고 싶었으나 그러다간 또 시간이 많이 지체될 것 같다.

지금도 새로운 일들,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이나 걱정도 있다. 큰 건 아니고, 복에 겨운 고민들에 가깝지만... 이건 또 다음 기회에 생각을 더 정돈해서 적어봐야할 것 같다. 그동안 더 성장해서 오겠다.

빠른 마무리를 위해 여기서 글을 마쳐야지.

그럼 다음 달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