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성장을 위한 여정

[도서] 기타오카 유이치로 <실전 게임 시나리오 쓰기> 리뷰

련잉엥용 2024. 4. 24. 21:41

오늘 소개할 책은 기타오카 유이치로의 <실전 게임 시나리오 쓰기> 다.

먼저 이번 주는 정말 할 일이 너무 많은 시험 주간이라 길게 쓰지는 못할 듯 하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이번 리뷰는 불호 후기에 가까울 것 같다. 내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던 책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보고 싶지만 최대한 간단히 써보도록 하겠다. 나중에 내용은 다시 보고 보강이 필요하면 수정해봐야지.

 


 

0. 근본적인 차이

저자인 기타오카 유이치로 씨는 일본의 시나리오 제작 회사에서 여러 작품을 진행하신 분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환경과는 꽤나 다른 이야기들이 많다. 특히나 게임 제작 전문 기업이 아닌 시나리오 전문 기업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시다보니 우리나라의 MMORPG 제작 시의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마주하는 환경과 그 양상이 사뭇 다른데, 그것이 저자의 기준이다보니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내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다.

가령 말단 게임 시나리오 작가는 로딩 화면에 한두 줄 들어가는 작업을 쓰는 것부터 시작한다든지, 하는 내용에서 그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런 한두 줄을 작성하려고 신입을 뽑는 경우가 잘 없다. 물론 그런 일도 맡기야 하겠지만, 그보단 더 많은 역량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뭐... 국가별 게임 제작 환경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1. 지나치게 기초적인 내용

그렇지만 그럼에도 좋은 내용은 얼마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의 내용은 게임 시나리오의 기초 중에서도 기초를 이야기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기법과 전략을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큰 강점일지 몰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나 장르를 불문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법이다보니, 수박 겉핥기 수준에 불과한 기술만을 알려준다.

가령 어떤 소재는 재미 있고, 어떤 소재는 재미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든지. 분명 무엇이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하는 것은 시나리오 작가에게 중요한 내용이긴 하지만 장르에 따라 천차만별인 포인트들이 많다보니 실속은 없다. 어떤 요리가 맛있는지, 맛없는지를 판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 정확히 무슨 재료가 얼마만큼 넘치면 필연적으로 맛없어지는 것은 맞지만, 그 왕도는 없다.

 

2. '게임' 시나리오 작법이 아닌 게임 '시나리오' 작법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걸 읽느니 시중에 나온 여러 훌륭한 영화 시나리오 작법서를 읽는 것이 백 배 낫다. 흔히들 그나마 게임과 유사한 스토리텔링 매체가 영화라고 한다. 나도 실제로 영화 시나리오 작법서를 읽은 적이 있다. 오기환 작가님의 <스토리: 흥행하는 글쓰기>인데, 이 책은 내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요것도 나중에 후기로 작성할 거다...) 그게 이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게임 시나리오는 정형화된 스토리로 작성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정형화된 스토리 작성법을 알려주면... 어쩌자는 거지? 의문만이 남았다. 확실히 기존 스토리텔링 매체에서 쓰는 스토리는 게임이라는 매체와 꼭 들어맞는 스토리라고 할 수 없고, 그럼에도 그런 정형화된 스토리를 아는 것은 필요한 일이기야 하다. 하지만 배울 거라면 여전히 수박 겉핥기 식으로 가르치는 이 책을 읽느니 좋은 작법서 아무거나 추천받아서 읽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3. 반복, 또 반복

원래 책 읽으며 메모를 이따금 하는데, 이 책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이 메모가 남아있다...

예시가 너무 많다. 사실 난 원래도 성격이 급한 편이라 주제와 이론이 이해가 되면 예시는 빠르게 훑고 넘기는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읽으며 지치는 수준이었다. 가령 재미 있는 스토리엔 무엇이 있으며, 재미 없는 스토리엔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걸 넘어서서 재미 있는 스토리를 응용해서 또다른 재미 있는 스토리엔 무엇이 있고, 어떤 부분을 비틀면 재미 없는 스토리가 될 것이며... 하는 이야기들을 쭉 나열한다. 그리고 또다시 이론을 나열하며 정리한다. 엄청 기초적인 지식을 알아야 하는 시나리오 문외한이라면 도움이 됐겠지만, 이 책은 "실전" 게임 시나리오가 아니던가?

 

4. 그래도 추천한다면...

그래도 굳이 추천한다면 인디게임을 만드는 중에 시나리오가 필요한데, 따로 맡길 사람은 없고, 정말 아이디어가 쥐뿔도 없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해서 고생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거의 "자, 이게 클릭이야"부터 시작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여기서 시작해서 자신의 게임에 맞게 재단하는 일은 또 자신의 몫이겠지만...

그 외엔...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소제목답게 "작법에 관한 모든 것"을 다뤄서 좋기야 하지만, 그래서도 문제다. 깊이가 너무 얕다...

진짜 하하 된 기분

 


 

아쉬운 책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내가 아는 바를 되짚어볼 수도 있었고, 기초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단 점에선 나름대로 좋았다. 약 2만원이나 주고 샀다는 게 불호 후기에서 가장 큰 작용을 했지만...

아무튼, 오늘은 여기서 빠르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