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기획자 마이즈가 알려주는 게임 기획 스쿨> 리뷰
초급에서 중급 단계로 넘어갈 때, 한 단계 레벨 업을 하기에 좋은 책
마이즈(본명: 김현석) 작가님은 평소 블로그와 게기모를 통해 몇 차례 이름을 들어봤었다. 게임 기획자들은 익히 거쳐가는 마이즈님의 블로그. 그래서도 책을 내셨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냉큼 구매를 결심했고, 책을 읽으며 블로그의 내용과도 연계해서 생각해볼 부분이 많기도 했다.
이쪽을 참고하면 게임 기획에 관해 훨씬 깊이있고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https://m.blog.naver.com/madmaiz/221310622770
위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게임과 관련한 경험이 많으시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이 세계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의 재미를 잡는 것이다. 이 책의 뒷면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게임의 트렌드는 바뀌어도 게임 기획의 코어는 변치 않는다.
게임에 '재미'를 담기 위해 기획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이 내용에 아주 충실한 책이었던 것 같다. 평 중에서도 '기획자의 초심이 살아있는 교양서'라는 말이 있는데, 매우 공감한다. 초보 기획자가 이제 중급으로 넘어갈 때에 이 책을 읽으면 문제 없이 안전하게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문제'란 오만함을 갖게 되거나, 안 좋은 버릇을 들이게 되거나 하는 추후에 문제가 될만한 것들.)
레벨 업을 할 때 무슨 수치를 찍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초보 가이드' 느낌이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며 정리해보자.
최초 기획서는 게임의 완성된 설계도가 아니라 최초의 방향성에 지나지 않음을 확실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중략) 비판을 겸허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제자리에 머무는 기획자가 될 것입니다. 최초의 게임 기획서는 비판받기 위해 작성하는 것입니다.
진짜 직장 선배가 해주는 이야기 같아서 가슴 깊이 새긴 내용. 내겐 더더욱 깊이 다가온 것이 특유의 완벽주의를 버리기 위해 지금도 무던히 노력하는 사람인지라 아직도 이걸 완벽히 실천하진 못한다.
그렇다 해서 내가 비판에 대해 수용하지 못하는 커뮤니케이션 부족 인간이라는 건 아니다. 막상 내놓았을 때 비판을 겸허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건 문제가 없는데, 그보다는 최초 기획서를 제출하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왕 완벽하게 만들어서 비판을 받지 말자는 마인드로 만들기 때문에...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고, 비판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말을 들으니 오히려 맘이 편해졌던 것 같다.
게임 속에서의 휴식은 심리적인 휴식을 의미합니다. (중략) 어떤 방식이든 게이머가 긴장을 이완시키며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형태가 필요합니다. 이런 요소가 없다면 게임을 할 때마다 지치기 때문에 점점 하기 싫어지는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임 기획에 대해서도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는 것. 초보 기획자라면 으레 "당연히 게임을 하다 쉬는 구간은 있어야지, 강약 조절을 하는 거야"라고 생각을 할 수는 있어도 막상 "왜?"라는 질문이 나오면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랬다.
"인벤토리는 왜 항상 부족할까?"와 같은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게임의 재미와 연계해 왜 그런지를 아는 사람이 기초가 탄탄한 게임 기획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 게슈탈트 이론이나 자이가르닉 효과와 같은 전문성 있는 정보를 통해 납득시키면서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챕터가 끝난 다음엔 그에 대한 예시가 되는 고전 게임도 많이 소개해주어 레퍼런스도 많이 얻어갈 수 있다.
수많은 게임 기획자가 빠지는 함정이 여기에 주관적 요소를 개입시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게임을 개발하는데, 30~40대 게임 기획자가 재미를 느끼는 것이 중요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타깃 게이머가 초등학생이라면 본인은 재미없더라도 그들이 재미있어 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쉽게 고쳐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자기 경험이나 감정을 대상과 일치화하는 실수를 범하기 쉽거든요. 초등학교 시절을 상상하며 그 시절의 나는 재미있었을 거라며 기획하지만, 이는 현재의 내 취향이 묻어난 기획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크게 공감한 내용. 취업을 준비하며 내가 항상 발목을 잡히는 부분도 이 부분인 것 같다. 나는 MMORPG에 재미를 느낀 적이 드물었기 때문에 그들과 공감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나는 신작 게임을 해보면서 아직도 "꽤 재밌는 것 같은데..."라며 생각을 해보지만 대다수 게이머들은 욕에 욕을 하며 혹평을 하는 경우도 많았고(그렇지만 하다보니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알게 되며 떨어져나간다. 그... TL은 진짜 개고기 탕후루가 맞는 것 같다....), 반대로 나는 재미가 지지리도 없다고 느끼는 게임들은 많은 사람들이 명작이라며 극찬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 국내 게이머의 타겟층과 나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 때문에 나는 충분히 재밌을 거라 예상한 게임 기획도 들고 가면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덜해졌지만, 난 여전히 내가 부족한 부분이 어딘지 여실히 알고 있다. 특히나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했던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10년 넘는 격차가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1-2년 사이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나는 지금도 그 격차를 줄이고자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고 있으며, 재미를 느끼는 이유를 의식적으로라도 알고자 게임 기획 이론을 더 파고드는 것 같다. 격차를 줄이는 건 게임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 줄이기엔 너무 비효율적이니까... 실제로 그렇게 이론의 정석대로 디자인해본 기획들은 호평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여기까지 쓰기로 하고 마무리한다.
책의 한 줄 평을 하자면... 현업에서 뼈를 깎고 살을 깎으며 일했던 현업자 분이 해주는 조언.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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