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성장을 위한 여정

[도서] 박재석 <게임 기획의 멘토링> 리뷰

련잉엥용 2024. 6. 19. 02:40

빠른 한 줄 평.

읽은 책 중 가장 실무에 가깝다. 취준생에겐 가장 와닿는 도움을 준 기획 도서.

 

이 책의 부제는 <"처음부터 실무까지 완성하는" 게임 기획의 멘토링>이지만, '처음부터' 읽기엔 생각보다 난이도가 꽤 높다. 물론 제로 베이스로 시작할 수야 있지만 그렇게 시작하면 최소 몇 달은 파고들어야 이 책을 독파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기획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 나부터가 웬만한 책을 못해도 일주일 안에는 다 읽는 편이고, 지금까지 읽었던 게임 기획 도서 모두 그래왔는데 이 책만큼은 거의 한 달 넘게 독파해야만 했다.

독학으로 공부 중인 나로서는 이 책을 보고 게임 기획 학원에서 교재로 쓸 법하다고 느꼈다. 책의 레이아웃도 그러할 뿐더러, 알려주는 것도 꽤나 체계적이어서 책 자체가 하나의 기획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 5nn장 가까이 되는 내용 하나하나 내실이 엄청나다. 분명 교양서는 아니다. 철저한 실무 입문서이다.

우선 우리나라 게임 기획 취준생에겐 가장 도움이 될만한 PC MMORPG를 기반으로 한 게임 기획서, 그 중에서도 시스템과 콘텐츠, 레벨디자인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기획서는 이렇게 씁니다~"는 이론으로만 끝이 아니라 아니라, 직접 실전 데이터 테이블이나 문서 예시를 가져와 보여주고, 그것을 하나하나 세세히 분석한다는 면에서 내가 읽은 여느 기획 도서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제일 감동이었던 부분은 밸런싱이나 표 작성에 있어서 지금까지 얻은 정보들과는 달리 정말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준다는 것이다. 밸런싱 공식 예시를 알려주는 게 정말 좋았다. 나만 해도 밸런싱은 해보려고 해도 뭔가 감조차 잡히지 않았는데 공식을 알려주니 어렴풋이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니 "대충 요래요래 하면 되지 않을까?" 싶던 내용도 깔끔하고 정교하게 정리해준다.

개괄적인 기획서 목차나 그 안에 들어갈 내용의 목록 따위는 얼마든 알 수 있고, 이를 작성하는 것도 쉽다. 하지만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왜 들어가는지의 세부 기획서 내용은 조금 말이 다르다. 전자는 구두 전달로도 얼마든지 이해가 되지만, 후자는 겜바겜의 특성도 매우 강할 뿐더러 회사 자료를 공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며 설명하려 다시 만들기에도 정말 골치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아는 루트도 학원에 들어가 자료를 받는다거나, 알음알음 지인의 포트폴리오를 전달받는 경우 뿐이기 때문에 나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그런 자료와 지침에 대해 갈증을 느꼈던 독학러들이라면 분명 좋아할 듯.

나부터가 이 책을 읽으며 무수히 많은 인덱스 표시를 해두었다. 나중에 언젠가 다시 펼쳐볼 때에도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하다 느꼈다.

제... 제 책이라 귀퉁이 접어도 됩니다. 줄 좍좍 치면서 읽었음. 그런 고로 도서관에서 빌리기보단 사서 읽어야 하는 책.

하지만 나와 반대로 게임 기획 학원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공부하는 게 이 책보다 나을 것이라는 생각. 물론 학원을 안 다녀봤기 때문에 추측에 불과하지만, 포트폴리오 제작반 같은 데 들어가면 이 내용을 직접 실습하며 배울 것이다. 애초에 이 책의 저자도 많은 게임 학원, 게임 스쿨에서 강사를 하신 분인 것 같았다.

 

그렇지만 다시 강조하자면 내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포트폴리오에서도 어떤 내용을 사용할지, 어떤 내용을 어디까지 적용할지 군더더기 없이 활용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내 주변에 기획 학원을 다니지 않는 게임 기획 지망생들에게도 이 책을 널리 설파하고 있다.

물론 이 책 또한 학원 느낌처럼 챕터마다 끝에 과제를 내주기야 하지만... 그걸 다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기도. 일단 나는 안 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내용과 겹치기도 하고, 각 과제만 놓고 보면 짧아도 이게 총 23챕터여서 거의 반 년 정도는 써야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가끔 포트폴리오 깎기!를 하고 싶을 때 이 안의 과제 내용을 참조하면 정말 유용할 듯.

 

아, 아쉬운 점을 굳이 하나 뽑는다면 있기야 하다.

책의 말미에서 부록에 인디 게임을 창업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건 차라리 안 해도 됐을 것 같다는 생각. 책 내내 취준에 가까운, 취준을 위한 이야기를 정말 정교하고 세밀하게 해준 뒤에 결론을 인디 게임으로 내는 느낌이랄까? 더군다나 실질적으로 인디 창업에 많은 도움이 되는 내용도 딱히 아닌 것 같아서 오히려 여기서 뜬구름 잡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확실히 "마지막으로, 게임을 출시하는 법!"의 내용으로 끝낸다는 점에선 확실히 게임 기획을 끝맺는 느낌을 더해주지만, 그래도 굳이 부록으로 넣을 필요까진 없었을 것 같다. 그건 지금껏 내가 읽어온 '교양서'스러운 기획 도서들의 몫일지도. 그렇다고 해서 마이너스가 되는 포인트는 아니긴 하다.

 

그럼, 또다시 도움되는 내용 몇 개만 추려서 가져와본다.

그런데 정말 실무적인 내용이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두려울 정도이다. 일단 괜찮겠지 싶은 것들부터 가져와본다.

 


 

[스테이터스 공식 설정]
1. 경험치 공식 설정
   (1) 공식 설정 전에 필요한 것
      - 초기 제공 몬스터의 예상 경험치 설정
      - 1레벨에서 2레벨로 레벨업 시 필요 경험치
      - 설정 기간 내 최대 레벨 설정
      - 몬스터 1개체의 예상 사냥 시간

(후략)

이 내용의 경우 각각에 대해 길게 설명된 바가 있지만, 솔직히 목차만 봐도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하고 본문 내용은 정말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내용이어서 목차만 냅다 가져온다. (그렇지만 정말 본문을 읽는 것과 목차만 읽는 것엔 이해도에 있어 정말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정말 좋다고 느낀 대목이다.경험치 설정을 해보라고 할 때 감이 안 잡힐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항목을 모두 제공하고, 이것이 왜 필요한지를 조목조목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인디 게임 개발하는 사람에게 해당 내용을 공유해주었더니 정말 세세하고 도움이 많이 된다며 놀랐다. 예시 경험치 차트도 주고, 차트에 쓰인 공식도 주고, 그 차트를 표로 변환하면 어떻게 보이는지도 주니까... 물론 당장 이 책에 나온 공식을 내 게임에 그대로 적용할래!라고 한다면 문제가 많을 테지만, 이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간다면 최소한 밸런싱의 초행길을 이리저리 헤매는 시행착오나 야매로 대충 밸런싱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이건 경험담이다.)

이전에 다른 책 후기에서 "이 책은 기획의 길잡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보다 한 술 더 떠서 그냥 지도책이나 다름 없다. 물론 조금 버전 업데이트가 덜 된 지도책이라 먼지 탈탈 털고 지금 길과 안 맞는 부분을 쳐내기도 하고, 내 경로에 맞게 수정을 해야하기도 하지만 최소한 아예 없는 길로 갈 걱정은 덜어내는 느낌.

 

4. 동맹 제한
동맹을 맺을 때 수의 제한을 두지 않으면 특정 길드 동맹이 극단적으로 강대해지는 일이 발생해 다른 군소길드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동맹을 맺을 수 있는 수를 설정해 제한을 두는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단, 이렇게 할 경우에는 동맹당사자들이 개별적으로 다른 길드와 동맹을 맺을 경우에 대해서는 대처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맹을 맺은 길드의 전체 수에 제한을 두거나 동맹 당사자가 아닌 동맹길드의 권한이나 혜택에 제한을 두는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게임 기획에서 수많은 유저의 행동을 예측하고, 모조리 시스템 안에 집어넣거나 최소한의 예외처리를 하는 일은 어렵다. 정말 어렵다는 걸 이 대목을 통해 느꼈다. 나는 특히 "단, 이렇게~" 이후의 대목에서 개개인의 사적 동맹을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는 점을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이 내용이 충격적일만큼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이 책에선 이런 내용이 한두 개가 아니고 수십 개이다. 그만큼 도움이 된다는 소리.

MMORPG, 특히 국산 장수 MMORPG는 흔히 말하는 "고인물" 유저가 많으므로 뉴비인 내가 그들의 꾀를 간파할 방법을 확실히 찾아나가야겠다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늦깎이 MMORPG 유저로의 장점도 분명 있지만, 기획자는 게임을 통틀어 볼 줄 알아야 하므로 더더욱 많이 성장해나가야 한다고 결심했다. 조급하지 않되, 확실히 성장해나가야지.

 

 


놀랍게도 이게 되는 기획 책. 기쁘다. 이런 내용을 공짜(는 아니고 정가 3만원으)로 알려준다니.

더 적으려 했으나 전부 이곳에 옮겨적기에는 정말 자세한 내용이라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내용까지 나한테 알려준다고...?" 싶은 찐 실무 내용의 총집합. 그래서 학원 교재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책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이게 입문서면 과연 심화편은 얼마나 어려울까, 두려우면서도 기대된다. 후속작은 안 나오나, 게임 시나리오 작가 버전으로 이런 책은 없으려나, 나를 목 빠지게 만드는 이 책을 다시금 강력히 추천하며 빠르게 이번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