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제대로 읽는다면 시중에 나온 게임 시나리오 관련 이론서 90% 이상의 내용을 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게임 시나리오 이론서의 정수를 뽑아낸 책. 포트폴리오의 경우 아주 깊이는 건드리지 않지만, 포폴 제작 초기 단계라면 헤매지 않고 틀을 잡기에 매우 유용하다.
우선 저자의 이력부터가 화려하다. 최근 시프트업의 핫한 스텔라 블레이드의 시나리오 기획자이시기도 하고, 이전에도 블레이드 앤 소울이나 던전앤파이터 같은 유명 IP에도 참여하신 분이다. 나의 경우엔 지인에게 좋은 기회로 책을 선물받게 되어 읽게 되었는데, 직접 저자 분을 뵌 지인에게 듣기론 실제로도 기획 능력이 상당하신 분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게임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무엇보다 게임이나 콘텐츠를 통한 예시를 많이 들어주시기 때문에 게임을 많이 안다면 더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더군다나 올해 따끈따끈하게 나온 신작 도서인만큼 산나비나 왕좌의 게임, 젤다 야숨같이 비교적 최근의 콘텐츠도 많이 소개하기 때문에 레트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도 접근성이 높았다.
이번 후기는 간략하고 간단하게 작성한다. 지금 당장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라...ㅜㅜ
첫번째로 이 책의 내실을 느낀 부분은 게임 시나리오를 캐릭터 기준으로 설명한다는 부분이었다.
결국 게임 시나리오의 중심은 상호작용인만큼,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만나는 세계는 크게 환경/몬스터/NPC 등으로 나뉘게 된다. 그 중 대부분의 시나리오는 NPC의 대사를 통해 이뤄지기도 하고, 게임의 수익 또한 이런 캐릭터 가챠나 육성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캐릭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매력적인 빌런, 광기를 드러내는 대사를 작성하는 방법 등을 여러 예시를 통해 설명하면서도 서브텍스트나 연출을 통해 플레이어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굉장히 체계적이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예시가 많은만큼 적당히 이를 걷어내고 그 핵심 내용을 인식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여타 책과는 달리 예시에 치중하여 허황된 결론을 내지 않는, 핵심이 단단한 책이었다.
특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입체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 입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나 구성 요소가 무엇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매우 꼼꼼하고 정교했다. 지금까지의 이론서들은 대체로 "입체성을 부여해야 합니다"로 끝이었다면,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기 위해 넣어야 할 요소를 분명히 알려준다.
두번째로 저자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서브 챕터가 굉장히 많은 감명을 주었다.
저자는 던파의 학습만화 스토리 작가를 계기로 게임 시나리오 직군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그 안의 이야기를 남은 서브 챕터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들이나 당시의 개인적인 사정, 게임 시장의 트렌드, 그리고 게임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등 여러가지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그 안에서 지금의 자리에 올라올 수 있던 노력의 기반도 느낄 수 있었고, 나 또한 많은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한편으론 저자가 만화 쪽 일을 맡던 게 계기가 되어 게임 시나리오 직군을 시작했다는 것에서도 더더욱 내적 친밀감이 높아졌다. 아무래도 기획자는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유사한 예술 쪽 직군이라는 게 괜히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쉽게도 그런 능력이 게임 시나리오에 어떠한 메리트가 있었다거나 하는 말은 없었지만, 일전의 만화를 그리며 배운 이런저런 능력이 분명 게임 시나리오 직군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도 이런 부분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게 있어 가장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포트폴리오의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향을 제시한 챕터이다.
나는 지금 제작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계획하기까지 제대로 된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게임 시나리오 쪽을 하고는 싶은데 냅다 자작 소설을 써서 제출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시스템 기획자처럼 역기획서를 쓰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에 시나리오 기획자는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를 찾아보면 내가 찾아볼 당시만 해도 과외나 학원 수강으로 이어지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공개된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나름의 노력을 해봤지만... 지금 보기엔 허접한 수준일 뿐이다.
이 때문에도 더더욱 게임 기획 관련 도서나 게임 시나리오 이론서를 파고든 것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단서가 될만한 부분을 찾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한 결과 지금의 길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간 나의 여정을 짧게 축약한 내용을 곧바로 제시했다. 물론 나는 나의 시행착오가 자랑스럽고 이것에서 또다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왕이면 왕도를 알려주는 이 책을 보는게 지망생에겐 훨씬 편하지 않을까.
특히 공감되었던 것이 퀘스트 기획자와 시나리오(내러티브) 기획자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각각은 무슨 포트폴리오가 유리할지, 부가적으로 필요한 우대사항으론 무엇을 준비해야할지를 조목조목 알려준다. 내가 많은 JD를 보며 추려온 사항을 단숨에 알려준다.
내가 이걸 2022년에 봤다면 아마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이다. 지금은 가려운 부분을 직접 긁어(?) 해소했기에 아주 직접적인 도움보다는 공감되는 부분이 더 많았다지만, 여전히 도움되는 내용과 명심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총평으론...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로 취준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순간 읽어야 할 책. 이전에 후기를 작성했던 <게임 기획자의 일>보다는 조금 높은 레벨의 책이며, <이론과 실전으로 배우는 게임 시나리오>를 읽기 직전에 읽는다면 훨씬 이해도 빠르고 시너지도 날 것 같다.
지금까지 생각하기론 그 세 권만 읽어도 시중의 게임 시나리오 관련 도서는 다 읽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만큼, 말 그대로 이런저런 게임 시나리오 도서들의 정수를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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