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게임 제작의 발자국

[동아리] 내가 성인이 되고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이 동아리에 든 것이다.

련잉엥용 2024. 5. 1. 02:51

00. 무슨 동아리?

난 코로나 학번이다.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성인이 된 나의 성장을 책임진 건 대학교도 아니고, 친구들도 아니고, 교수님도 아니었다. 뜻밖에도 연합 동아리가 날 키웠다.

보통 사람들에게 대학 생활과 연합 동아리 생활의 비율을 따져보라 했을 때엔 많아봤자 8:2 정도라고 하겠지만, 나는 그 반대이다. 어쩌면 1:9라고 해도 무방하다. '재미'를 두고 말하는 거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생활'의 비율이다. 난 아직도 우리 학교 전체에서 아는 사람이 손에 꼽는다. 자발적 아싸다. 진... 진짜다.

게임 제작 동아리이긴 하지만, 제대로 어떤 동아리인지 그 이름을 이야기하지는 못한다. 아직 활동 중인 동아리라 이름을 언급하면 내가 너무나도 특정된다... 그래도 이런 동아리가 원체 몇 없기도 하고, 이야기를 풀다보면 그 중 어느 동아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는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어! 이거 너가 쓴 거야?" 하지 말고 흐린 눈 해주자.

그리고 그 연합 동아리가 지금의 날 만들었다. 하고많은 동아리 중에서 게임 제작 동아리를 들었기 때문에도 그렇고, 내가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도 그렇고, 여러모로 운이 좋았기 때문에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성인이 된 이후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자부할 정도. 오늘은 그에 대해 간략히... 정말 개인적인 이야기와 후기를 풀어보려 한다.

 


01. 시작은 미미했다.

휴학을 한 뒤 나 자신을 돌아보며 고뇌의 시간(?)을 거치는 2021년을 지나고, 2022년을 맞이해 복학할 때가 되었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졌다. 1년 간 집에서만 있다보니 드디어 사람을 만나고 싶어졌다. 그래서 동아리를 들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학술 동아리를 들기엔 내 전공이 진로를 살리기에 애매했고, 취미 동아리를 들기엔 내가 아직 그만큼의 인싸력이 많지 않았으며, 운동 동아리를 들기엔 내 체력이 바닥이었다.

그러던 중 대학생 연합 게임 제작 동아리라는 타이틀이 내 눈에 띄었다. 게임 업계로 가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던 내게는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며 그 업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엄청나게 구미가 당기는 타이틀이었다. 더군다나 네 개의 직군이 나뉘어 있어 내게 비교적 유리한 직군을 고를 수도 있었을 뿐더러, 지금껏 존속되어온 게임 제작 연합 동아리 중에선 10년 가량 이어져올만큼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크다길래 얻어갈 것이 많아보였다. 다양한 직군과의 협업도 정말 큰 메리트였고, 현업자인 OB분들과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좋아보였다. 이왕 경험을 쌓을 것이라면 이곳이 좋겠다, 싶었다.

문제는... 모집 마감일이 그 공고를 본 다음 날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에라 모르겠다, 기획 직군과 아트 직군 중 어느 쪽을 들어갈지 고민하던 나는 당장에 가능성이 높은 쪽을 골라야겠다 마음 먹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로 쓸 만한 것이 그나마 있는 아트 쪽을 선택했고, 급하게 미리캔버스 포트폴리오 템플릿을 불러와 지금껏 그려온 취미 그림들을 모아 냈다. 뭐라도 얻어걸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야매로 만든 로고 작업, 도트 작업, 전부 싹싹 긁어모아 냈다.

그리고... 아트 비전공자라 걱정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놀랍게도 나는 꽤나 좋은 성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당시의 집행부가 내 그림을 좋게 봐주셨을 뿐더러, 캐릭터 원화 같은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것보다도 여러 분야의 아트를 커버할 수 있는 내 그림 실력은 인디 게임을 만드는 데엔 오히려 적합해 니즈가 일치했다. 또, 인터뷰에서도 답을 잘 해서 협업 스킬이 뛰어나보였다는 후일담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무사히 동아리에 들어설 수 있었다.

참고로, 내가 받았던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혹시라도 아트 직군으로 이 동아리에 지원할 생각이 있다면 한번쯤 생각해보시기. 아트가 아니더라도 모든 직군은 협업 스킬이 필수인만큼 아래 내용을 잘 고민해봐야 한다.

Q. 만약 함께 하게 된 다른 아트 직군 팀원의 실력이 좋지 않고, 그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실 경우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여담이지만, 요즘은 우리 동아리 경쟁률이 꽤나 빡세다고 한다. 내가 들어왔을 때와는 또 다르게... 엄청난 괴물들이 많이 지원하는 것 같다. 내가 운이 좋다고 느껴질 따름. 그렇지만 분명 그만큼의 가치는 하는 동아리라고도 자부한다.

그렇게 시작한 내 첫 연합 동아리. 아마 마지막이기도 할 것 같다.

우리 동아리는 기본적으로 '정규 팀 프로젝트' 단위로 팀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다. 학기 초, 만들고자 하는 게임을 설명한 제안서들이 올라오면 일반 지원자들은 이것을 보고 지원을 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팀을 나누면 한 학기 동안 그 팀과 함께 게임을 만드는 것이 이 동아리의 주된 활동인 셈. 물론 그 외에도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다.

나는 그 이전 학기부터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의 팀장에게 간택(?)을 당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인 것이, 이미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에 함께한만큼 체계가 명확히 잡혀있는 팀에 들어가게 되었기에 비교적 우왕좌왕하지 않고, 내가 할 일을 명확히 알 수 있던 것 같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02. 값진 성장은 시행착오에서 비롯된다.

인디 게임 팀은 완벽할 수 없다.

실제로 내가 들어간 시기에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들 중에선 중도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향성을 잃게 된 팀도 몇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생들끼리 만드는 인디 게임이니 필연적이긴 하다. 다른 곳에서도 여러 차례 하는 말이지만, "인디는 인디하기 마련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돈도 주지 않고 열정으로 함께하는 일은 모두의 상황을 반영하고 모두의 의견을 맞추기 어려운만큼 발 맞춰 멀리 나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부족해지기 쉽다.

서로 생각하는 방향성이 통일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은 협업에 큰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매사에 그러하듯, 사공은 한 명으로 족하다. 나야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배가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한번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었고, 운 좋게 키가 잘 잡힌 배를 골라 배가 잘 바다로 떠갔지만, 각자의 경험과 목표가 어떤지에 따라서도 다른만큼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을 잘 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또, 그걸 서서히 배우는 과정에서 동아리를 함께하는 사람들을 살피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당시 동아리 회장이었던 언니는 아트 직군이었는데, 내게는 정말 동경의 대상이었다. 일도 잘하고, 공적인 업무를 처리할 때의 모습이 정말 멋지고 닮고 싶었다. 사실 그래서도이지만 그 언니가 팀장이던 정규 팀 프로젝트도 탐났다. 그렇지만 당시엔 그 프로젝트가 아트 직군을 뽑지 않아서 슬픈 마음을 머금고 돌아서게 되었다. 친해지고 싶다는 사심이 커져가던 때, 동아리 집행부를 모집한다는 말에 이게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냉큼 지원해서 들어가게 됐다. 여담이지만, 그 프로젝트엔 결국 들어가게 되었고 이 언니와는 지금은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여전히 엄청나게 멋진 사람.

사심으로 시작했지만 집행부 일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시 우리 동아리는 이런저런 외부 행사에 나갔기에 그 안에서 집행부가 중심을 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이를 통해 동아리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공적인 업무는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고, 각각의 업무에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알아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신규 회원 선발 과정에 참여하기도 하며 면접에서 바라는 '인재상'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실력은 어느 정도 이상만 하면 되고, 그보다도 중요한 건 협업 능력이라는 사실. 그걸 여실히 느꼈다.

나는 여기서 내 스스로의 사회성을 많이 성장시켰다. 코로나 학번인데다 왕복 3시간 통학생인지라 대학 생활이라곤 정말이지 비대면 줌 수업 뿐이었던 내게 동아리 활동은 성인 이후 사회생활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정말 어리게 굴었던 때도 있고, 부끄러운 일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이들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가령, 팀 프로젝트 중 협업 과정에서 피드백을 줄 때엔 무조건 "선 존중 후 피드백"을 지켜야만 미연의 오해를 방지하여 불필요한 마찰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모든 상황은 한 쪽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양 쪽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 특히 돈을 주지 않는 인디 게임의 세계에서는 더더욱 "돈"이 얽혔을 때의 문제를 먼저 고려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이런 인디 게임 세계에서 모두의 사정은 다르기에 그 의견을 합치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 일정 관리는 아무리 해도 예정된 목표보다 늦어질 것을 고려할 것. 남의 비밀 이야기는 듣고 흘릴 것. 내 비밀 이야기도 되도록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등등. 수도 없다.

지금이야 읽어보면 당연한 이야기들이지만, 갓 성인이나 다름 없던 내겐 당연하지 않았던 많은 사회 생활 팁과 업무 지식이 어우러지며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땐 어떤 이야기가 맞고,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구분할 수도 없어 내 주관이 뚜렷하지 못했고,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던 나였기도 해서 더더욱 좌충우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그 결심은 지켰다고 자부한다. 내 1인분의 몫을 해내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게 없었다면 난 여전히 어렸을 것이다. 여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난 나를 더 잘 알아갈 수 있었고, 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 이를 토대로 내 생활은 정말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건설적이게 발전했다.

동아리에선 나름 네임드(...)로 불릴만큼 자타공인 하드워커로 일도 해보고, 공적인 일도 사적인 일도 가리지 않고 나서보며, 깊이 있게 활동했던만큼 그 안에서 배운 게 많고, 그게 무척이나 값지게 여겨지고, 내 경험들이 일부 부끄러울지언정 후회스럽지 않으며, 오히려 자랑스럽다.

 


03. 얻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사람"

위 내용은 내가 한 말이 아니고, 이전에 오셨던 OB분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 동아리 활동에서 무엇을 얻어가는 것이 가장 값지다고 생각하시나요? 라는 질문에 대해 단 두 글자, "사람"이라고 답하신 것. 백번 동감하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이 동아리에 큰 목적을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그리고 창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 솔직히, 내가 2년 간 이 동아리를 하며 느낀 바로는... 어느 쪽이든 이 동아리에선 명쾌한 해답이나 결과물을 주기 어렵다. 비관적인 말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위 목적은 동아리와 별개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다.

가령 취업 잘 하는 사람은 동아리 없이도 잘 하고, 취업 못하는 사람은 백날 동아리 들어도 못 한다. 물론 인디 게임을 직접 제작하려는 그 열정과 그 안에서의 협업 경험, 이를 통한 외부 행사 등의 모든 경험은 취업을 할 때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은 명쾌한 인과라기보다는 여러 갈래의 길 중 하나일 뿐이다. 직접 노력하지 않으면 성과는 만들기 어렵다. 취업에 대한 '정답'은 그 외에도 무수히 많으며, 동아리를 든다고 꼭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며, 개인의 노력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말.

또, 창업을 목적으로 하기에 이 동아리의 환경은... 꽤나 취약하다. 이전에도 이야기했듯, "인디는 인디하기 마련이다." 학생들끼리 어떠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으로 뭉친 프로젝트는 터질 리스크가 너무나도 많다. 탈주든, 취업을 하든, 마음이 식든, 의견이 맞지 않든, 팀원 중 단 한 명이라도 팀을 떠나게 되면 인디 게임의 운명은 크게 흔들린다. 그런데 외부 상황과 개인 상황은 천차만별인만큼 그런 변수는 너무나도 많고, 동아리는 그에 대해 일부 밖에 책임을 지지 못한다.

정말 케바케 사바사란 말. 이건 어쩔 수 없는 이야기다. 이걸 모르고 마냥 "게임 제작 배워봐야지"하는, 다소 안일한 마음으로 들어왔던 나도 주변에서 큰 이상과 꿈으로 부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이리 터지고 저리 깨지는 모습을 보며 현실을 알게 됐다.

지금도 가끔... 우리 동아리에 너무 큰 기대를 하는 사람들을 보다보면 이 표정이 되곤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확실히 얻게 되는 건 좋은 사람이다. 물론 그 외에도 정보 공유나 경험 쌓기 같은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

좋은 사람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성격이 좋은 사람부터 시작해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 실력적으로 뛰어난 사람, 일을 잘 하는 사람, 사회성에서 본받고 싶은 사람,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 등... 잠시 첨언하자면 그 분류는 각기 겹치는 듯 분명히 다르다. 정말 성격이 좋은 사람이더라도 사회성이 안 좋을 수도 있고, 일적인 이상향이 같고 목표하는 바가 같아 멋지다고 생각한 사람이더라도 성격이 정말 안 맞을 수도 있다. 그 모든 걸 충족하면... 꼬... 꼬셔야지.

그 모든 사람들을 만나며 배워나갈 점이 많았다. 그들의 장점을 커비처럼 흡수하...고 싶지만 손민수 정도로 만족하며 나도 더 나아지려 노력하는 것부터가 내 성장의 근간이었다. 또, 내가 어려움을 느낄 때에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대부분 정말 친절하고 명쾌한 대답을 주곤 해서, 이 안에 소속되어있고 이들과 연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또, 그 사이에서 나도 그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인정받는다는 것도 내게 있어서 좋은 방향으로 힘을 주었다. 내가 본 사람들 중 동아리를 졸업(?)한 이들 중 다수는 꾸준히 이 동아리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이것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게임 업계가 좁은 것도 있고...

함께 성장하고, 함께 도움을 나누는 그 커뮤니티 자체가 정말 좋은 자극이다.

분명 내게 안 좋은 사람도 있었다. 이건...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다행히 그간 험한 꼴까지는 보지 않았지만 꽤 불쾌한 경험이 없던 것도 아니다. 분명 끊어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엔, 나도 생각을 달리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단편적으로만 바라봤던 사람이 나중에 보니 꽤나 괜찮은 사람이었던 적도 있었다. 그와 별개로 나에게 개XX인 사람은 대체로 다른 사람에게도 개XX이긴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얻는 인연은 둘도 없이 소중하고, 그 안 좋은 경험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러므로 기회가 있다면 드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얻어가고자 한다면 얻어갈 것이 한 없이 많은 것이다.

맞다, 그런만큼 소모임과 작업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동아리에서 얻는 것을 배로 뻥튀기할 수 있기 때문. 어딘들 안 그런다만,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하고 그 안의 사람들과 친해질수록 관련하여 얻는 정보도 많아진다. 어떤 종류도 상관 없으니 최대한 동아리와의 접점을 많이 만들어두면 그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다. 사실 그보다도... 그렇게 하면 더 즐겁다.

 


04.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이렇게 잔뜩 찬양을 해두고 다소 어이없는 결말이지만,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동아리 정규 활동도 마무리지을 것 같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때가 됐다" 하는... 다소... 오글거리는... 대답이 적절하다...

제대로 설명하자면, 그냥 동아리까지 하기엔 내가 더이상 얻어갈 새로운 메리트가 적고, 그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일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 아마 이전에도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동아리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내가 운영하는 팀 프로젝트도 정규 활동을 마무리하게 되는 만큼, 이젠 이 동아리를 졸업할 때가 되었다.

이곳에 있으면서 여러 외부행사도 많이 해보고, 여러 공모전도 나가고 수상도 해보고, 나름 이 동아리의 좋은 아웃풋은 대부분 다 겪어본 것 같다. 그만큼 이 동아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들, 경험과 사람, 그리고 이를 통한 깨달음은 어느 정도 겪어볼 대로 겪어본 셈. 동아리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일은 예측이 가능한 정도다.

그럼에도 남아있던 건 아무래도 지금은 내가 직접 운영하는 팀이 있기도 하고, 이미 아는 인연들과의 교류를 이어나가고자 했던 마음이 크기도 하고, 그 소속감이 좋았기 때문. 그리고 아직 나이로 따지자면 어린 편이니까... 쪼끔 더 오래 있어도 상관 없어서두... 어리광 맞다.

그치만 이왕 졸업하는 거, 멋지게 졸업하고 화려한 경력의 OB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려면 내 실력을 더 가꾸고 다듬어서 멋진 기획자가 되어야지. 그러기 위해선 하던 일을 잘 마무리하고, 내 결과물을 성과로 이끌어내야만 할 거다.

그럼, 그러기 위해 다시 한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