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게임 제작의 발자국

[H] 인디게임 'H' 개발 후기 (2)

련잉엥용 2024. 8. 1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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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인디게임 'H' 개발 후기 및 회고 (1)

0. 팀 프로젝트의 마무리 최근 게임 제작 연합동아리에서 내가 팀장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얼추 마무리되었다.프로젝트 자체가 완전히 종료된 건 아니고, 지금은 동아리의 정규 학기가 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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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3. 성과가 좋았는가? 

 

나부터가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던만큼 성과가 크길 바라는 것은 요행일지도 모른다.

사람을 노리고 제안한 프로젝트인만큼, 모인 사람들 또한 이 게임을 통해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다짐보다는 재밌게 게임을 개발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 때문에 우리 팀은 무슨 성과든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식의 마인드로 임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하게도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아쉬움이 남지 않느냐면 당연히 나도 많은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전 프로젝트들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깨져본 결과, 이번 프로젝트는 내가 그만큼 부딪혀나갈 여력이 없던 관계로... 안전빵을 택했다.

하지만 공모전이나 지원사업은 그만큼 안일한 마음으로 임해서는 안된다. 분명 이 프로젝트는 좋은 포트폴리오이고, 좋은 경험이다. 각자가 원하는 것을 일정 수준 이상은 얻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공모전 하나만을 보고 1년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칠전팔기처럼 같은 지원사업에 두세 차례 지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만큼 나는 내 다른 강점을 살린 팀을 만든 것도 있고, 그런만큼 게임성보단 인력을 얻는 장기적인(?) 전략을 추구한 거다.

 

게임 팀을 몇 차례 해보며 나 혼자만 잘해서는 게임이 안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잘하는 분야가 있고, 각 분야의 전문가가 각자의 전문성을 하나의 방향을 향해 발휘할 때에야 비로소 온전한 기능을 하는 게임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이따금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참신한 기획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기획자분들을 보면 감탄스럽다. 그런 기획이 선행되어야만 어떤 팀에서 어떤 게임이 만들어지든 공모전이나 지원사업에서 당선될 확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이것은 "팀이 결성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참신한 기획에 적합한 팀을 꾸리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우리 동아리에서 하는 거라면 더더욱. 해당 장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그에 맞는 스킬을 가진 아트와 프로그래밍이 각각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이 게임의 목적과 방향성에 동의하고, 개인 사정이나 환경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 잘 없다

생각보다 정말 드문 확률의 일로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이게 맞아드는 경우도 있고, 팀장의 하드캐리로 그걸 해내는 경우도 있지만(존경스럽다), 난 리스크를 싫어하는 사람이고, 이 프로젝트에 투자할 여유가 그리 넉넉지는 않았다. 내가 부족한 사람인 탓도 있다. 분명 어딘가엔 이걸 성공해서 팀을 잘 이끌어나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난... 아직 그만큼은 아니다.

 

 

 

4. 그럼에도 거둔 것은...

 

역시나, 사람.

내 목표는 이러하다.

지금 나는 인디게임을 만들기에 역량이 부족하다. 디렉터도, PM도, 기획도, 어느 하나 제대로 잘한다기보단 마이크로하게 잘하는만큼, 전체를 보는 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런만큼 지금 내가 인디게임을 하나 만들어 창업을 하기엔 내 역량을 훨씬 많이 키우고 싶다. 그런 뒤에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잘 맞고, 갈등을 원활히 해결해나갈 줄 알며, 착한 사람들...

이번 프로젝트는 그 때를 위한 투자나 다름 없다.

 

안전한(?) 환경에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이번이 거의 마지막이다. 나도, 내 팀원들도 앞으로 앞으로는 돈이나 계약이 얽매이는 경우가 많겠지. 그런 환경에서 마음 놓고 일을 벌리며 제대로 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모의 ver)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란 거다.

그래서 게임에 대한 꿈이 크지 않았다.

 

나는 처음부터 우리 팀의 공모전 지원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하나의 마일스톤 지표라고 생각했다. 공모전이나 지원사업을 여러 차례 보고 들은 결과, 어떤 게임이 유리하고, 이에 따라 어떤 팀이 유리한지도 대강 아는 마당이다. 그리고 말했다시피, 그런 목적으로 만든 팀이 아닌만큼 불리한 지점도 잘 알 수 있다.

당연히 우리 팀이 불리하단 것도 알고 있었다. 가령 우리 게임은 로컬 멀티플레이로 개발한만큼 플레이테스트가 어렵다. 심사가 어렵다는 말이다.

물론 사람의 맘은 간사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이따금 심사 결과를 보고 가슴이 철렁하기 마련이다. 열심히 노력해준 팀원들에게 미안한 것도 사실이고... 여러모로 성장할 지점을 많이 느꼈다.

안전한 프로젝트를 기획해도 마냥 맘이 편하진 않다.

 

그럼에도 적당한 프로젝트로, 적당히 잘 마무리지은 결과... 동아리에서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는 팀을 보다보면 정말 이것도 충분히 감사하고 만족한다.

물론, 나도 여기에 안주하지는 않을 것이다.

 

 

 

5. 결론

 

팀장을 하며 느낀 것은,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싫은 소리를 잘 못해서 PM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게임성을 아직 잘 발굴해낼 줄 모르는 기획자이기도 하다. 아트에 대해 뚜렷이 추구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프로그래머에게 이것저것을 요구하며 괴롭히기도 한다. 아트 디렉팅에도 많이 참견하는 편이다.

물론 이는 내 장점이기도 한다. 피드백을 부드럽게 전달해 충돌 없는 커뮤니케이션엔 자신 있고, 게임성은 잘 몰라도 그걸 향상시키는 방법은 다방면으로 알고 있는 편이며, 아트에 대한 지식이 많은만큼 그 또한 게임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명한 이 짤... 그래도 최대한 리더가 되려고 노력했다. 웬만하게 내가 메꿀 수 있는 부분은 열심히 메꿔본 것 같다.

이런 나의 성향을 이 팀엔 이렇게 맞추고, 저 팀엔 저렇게 맞추며 다방면으로 유용하게 구를 수 있는 인재가 되고 싶다.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성찰하고, 더 많이 성장해나가고 싶다. 허울뿐인 실력, "애는 착해" 식의 평판은 싫다. 진정 일에 진심을 다해 노력하고 그만큼, 그리고 그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도 팀의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나부터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