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게임 제작의 발자국

[U] 개발 일지 #04: 역시나 계획은 축소되기 마련

련잉엥용 2024. 6. 26. 16:52

0. 다시 시행착오의 길에 들어서다.

대충 이거

게임 개발은, 특히나 혼자 하는 게임 개발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그리고 J인 나는 그게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진다. 이 길에 잘못 들어서지 않았다면 저어기까지 가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으로 잠시간 후회를 하는 느낌. 게임 개발의 길을 걸어갈 때 모든 갈림길의 결과는 각기 다르고, 심지어는 같은 갈림길에서도 시기나 실력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 하는 졸작은 언리얼 제작을 포기하고 유니티 제작을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1. 애초에 왜 언리얼로 하려고 했던가?

 

나는 언리얼BP를 배우고 싶다...

노드 형식으로 되어 있는 프로그래밍이라니, 내게 너무나도 잘 맞는 방식이다. 항상 프로그래밍을 하면 시각화가 안되어 있어 내 뇌 안에서 꼬이는 느낌인데 이걸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라면 훨씬 쉽겠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언리얼BP를 쓰는 회사가 많아지며 나의 취업에도 도움이 되고.

직접 에디터 상에서 기물을 배치하고, 포스트프로세싱이나 카메라 팔로잉, 연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직접 조정해보며 확인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인만큼 에디터를 다루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유니티는 코딩으로 모든 걸 해야하는 반면, 언리얼은 BP를 제공한다.

안다, 유니티에도 노드식 프로그래밍이 있다. 하지만 그걸 현업에서 쓰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이 관련한 이야기는 저번에도 했으니 넘어가자.

그렇지만 제로베이스에서 언리얼BP로 게임을 만들래! 라고 했을 때 뻔히 어려운 걸 알면서도 왜 그 길을 걸으려 했냐 하면... 그건 아무래도 "효율을 위해서"라는 명목이 크다. 이전에도 이야기했다시피 내가 가진 시간은 한정적이다. 어차피 언리얼BP를 배울 거면 이 참에 빡세게 부딪혀보며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지 라는 마인드로 시작해보기로 결심했다.

졸업 작품이라고는 하나 솔직히 말해서 유니티로 개발한다면 기존에 했던 경험들을 반복할 거라 생각했던 내게 졸업 작품을 하는 큰 명분이 하나 더 생기기도 하는 것이므로, 더더욱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2. 그러나 일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전에도 이야기했듯, 학과 과정 상의 이유로 유니티 프로토타입이 급선무가 되었다.

나는 언리얼을 뒤로 제쳐두고 유니티 구현에 힘썼는데... 의외로 할 만 했다. 유니티로의 개발을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또 하나가 코딩이었는데... 의외로 코파일럿 녀석이 똑똑했다. 내가 야매로나마 짜거나, 다른 프로그래머에게 질문해가며 짠 구조를 던져주면 내용은 알아서 잘 채워줬다.

여전히 띨띨하긴 하지만, 나보다야 똑똑하니까.

언리얼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일단 튜토리얼부터가 현저히 적었다. 내가 만드는 게임이 2.5D 게임이다보니 3D 게임 특화인 언리얼 사용자들로부터의 강의가 몇 없었다. 있기야 했지만, 그걸 따라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세팅이 달라 안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걸 해결하는 건 오롯이 내 몫이었다.

지금이야 간단한 퍼즐 시스템까지 제작하고 있으니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걸 RPG 시스템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당장 유니티로 만든다고 해도 막막하기야 하지만, 수많은 멘토들이 불쌍한 중생을 거둬 알려주는 유니티와 달리 언리얼은 정말 하나도 정보가 없었다.

가장 큰 건 역시 내가 프로그래밍 구조를 아직 잘 모르다보니 BP를 쓴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막막하단 것이었다. 이것이 튜토리얼 부족의 이슈와 맞물리니 막막함이 배가되었다. 지금 당장 프로그래밍 구조를 완벽히 배우는 건 사치다. 현업에 가서도 아마 기획자가 BP를 다룰 때엔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활동을 할 거라고 판단했다.

목표하는 바에 비해 해야하는 일이 너무 많아졌다. 한번도 가본 적 없고 도움 조차 없는 길을 혼자 헤쳐나가야 했다.

이건 아니었다. 이 정도로 일을 키우고 싶진 않았다. 키워서도 안되고.

 


3. 내가 개척해나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고 판단해서 유니티 개발을 계속하기로 한 거다.

내게 많은 시간이 있다면 당연히 언리얼로 파고들고 싶다. 어차피 배울 거, 이왕 해봐야지의 연속. 용기가 부족한 건 아니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하지만 상황은 바빠져만 간다. 나는 졸업 작품 그 자체로는 큰 욕심이 없고 배움에 더 많은 욕심이 있는 데 반해 졸업 작품의 스케일은 커져만 간다.

상반기가 정말 바쁘기야 했지만 하반기라고 다르진 않을 거다. 난... 욕심이 많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싶다. 그런 와중에 돈이나 계약이 얽혀있거나, 타인과의 약속이 얽혀있는 여러 중대 사안들과는 달리 졸작은 나 하나만 신경쓰면 되는 일이다.

더군다나 학교에서 우리 학과의 졸업 전시회가 없을 거라 통보해와서 더더욱 의욕을 잃은 것도 있다. 만들어도 내놓을 곳은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 내놓기야 하겠지만... 무슨 말인지 알 거라 믿는다. 비공개 사정회만 통과하면 일단의 목표는 달성한다는 것이다.

결국 언리얼 개발은 포기하고, 따로 분리한 뒤에 새로운 목표를 각각 설정했다. 한꺼번에 다 해서 완성도 높은 게임을 제작해보려 했는데, 그러려면 다 뭔가 하나씩은 포기해야 하더라. 그래서 하나씩 각각 잘해보기로 노선을 변경했다. 어쨌든 게임의 완성이나 출시보다는 각각의 포폴화 작업에 더 욕심이 있는 거니까.

하나씩, 천천히 제대로 하자.

졸업 작품의 경우, 목표는 1인 개발의 성료 및 프로그래밍 구조의 이해. 스토리를 잘 전달하지 못하더라도 게임 시스템에 집중하여 구현을 완료한다.
게임 스토리의 경우, 잘 다듬어 시나리오를 따로 쓴다. (게임 내에서의 표현은 한계가 많다.) 이 경우 추후 취업 시 포트폴리오나 시나리오 공모전 제출로 활용한다.
언리얼  BP의 경우, 따로 공부한다. 강의를 하나 정해서 따라하는 정도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성과물은 없더라도 기초가 탄탄하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4. 그와는 별개로

 

아트나 기획은 나름 잘 해나가는 중이다. 중간 과정을 아주아주 작게 하나 공개하자면 이런 느낌.

아직 고민 지점도 많고, 갈 길이 멀어보이지만...

그래도 난... 잘 할 거다. 중꺾마랬으니까... 열심히 하다 또 돌아와야지.

아무튼, 그러하다. 오늘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