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2024 상반기의 목표
이번 해, 나는 죽었다 깨어나기로 결심했다.
그만큼 열심히, 빡세게, 죽을 듯이 살기로 한 거다.
나의 2024 목표는 2023년보다 더 구체적이고 뚜렷해졌다. 내가 원하는 분야의 게임에 내가 원하는 직무로 취직을 하는 것.
그러나 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학생이며, 하반기까지도 계속해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만큼 취준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하루하루 취준에 몰두하는 취준생들 사이에서 살아남기는 당연히 불리하다.
그럼에도 이와 같이 목표를 설정한 것은 120%를 노려야 100%의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
또한 게임 업계 특성상 하반기에 공채가 많이 몰려있고, 간간이 상시 채용 공고가 뜨는만큼, 졸업 이후 1년을 더 기다려 공채를 지원하거나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을 때 상시 채용에 지원하는 것보다 이렇게 넣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지원 결과도 회사가 주는 합/불 피드백이니까.
그러므로 이번 해는 사실상 목표의 결과보다는 과정에 몰두한다.
그렇다, 올해 안에 취업!은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다.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가벼운 마음을 가지되, 내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올해의 최종 목표인 거다. 또, 나의 성향 상 "너무 되고 싶어!"라고 하면 오버띵커나 오버플래너가 되어 매일매일 불안에 떨기 때문에 그러지 않기 위해서도 마음은 가볍게 먹기로 결심했다.
나는 시간적 부족을 상쇄하기 위해 정말 다방면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그래서 욕심쟁이 여우가 되기로, 일을 늘리지 않되 하던 일, 또는 예정된 할 일에 집중해 200%의 성과를 내보기로 했다. 당연히 정말 말도 안되게 바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번 달은 죽었다 깨어나면 내가 훨씬 성장해 있을 거라 믿으며 정진했고, 실제로 그만큼 성장했던 것 같다.
갓생 소모임에서도 새벽까지 일에 집중하다 인증을 하지 못한 하루, 그리고 지난 주의 조모상을 치루기 위한 3일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빠짐 없이 할 일을 해왔다.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럼 정확히 어떤 노력을 했었는가?
1. 나의 노력들
1-1. 무슨 일을 유지했는가?
- 필라테스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을 끌어나갈 체력이다.
체력이 없으면 의욕이 아무리 넘쳐도 고꾸라지기 마련이다. 2022년 이전, 코로나 블루와 함께 체력이 꺾이며 마음도 함께 꺾였던 경험이 있던 나는 그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이후로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가능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운동을 하려 하고 있다.
이번 해는 필라테스 레슨을 꾸준히 받았다. 작년 6월부터 시작한 필라테스는 내가 지금까지 했던 운동 중 가장 잘 맞는 운동이다. 숨이 차지 않고, 땀이 조금 날 정도로 적당한 운동 강도. 혹자는 고문이라지만 난 고통은 잘 참는 편이라 그게 괜찮다. 난 오히려 발바닥이 쉽게 피로해져 유산소를 싫어하는데, 맨몸 운동보다 근육통이 덜하고, 숨이 차거나 발바닥이 아플 필요도 없이 온 몸 구석구석을 풀어주는 필라테스가 내겐 딱이었다.
특히 필라테스를 시작한 이후로 코어 근육이 광명을 찾았다.
내가 유치원생이었을 시절부터 난 어머니께 "등 쭉 피고 다녀"라는 말을 매일 5번씩은 듣고 살았다. 가끔 내 키를 이야기하면 안 믿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로, 난 코어 힘이 부족해 척추를 구부리고 살곤 했다. 어쩔 수 없이 이걸 달고 살아야만 했던 책가방 무거운 중고등학생 시절을 거쳐 지금에서야 필라테스를 받고 나서 나는 내 어깨가 쭉 폈을 때 꽤나 예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은 (술 마시고 힘들 때를 제외하곤) 몰라뵐 정도로 바른 자세를 가졌고, 그만큼 오래 앉아 있어도 되는 체력도 길렀다. 원하는 체형도 가지게 됐고, 건강한 식습관도 덩달아 유지 중이다. 이건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나가며 기초 체력을 유지해나갈 거다.
- D 프로젝트
2022년 11월부터 시작한 D 프로젝트는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취업 이슈로 팀원들이 대거 교체되고, 팀장도 바빠지면서 게임 자체의 진척은 많이 나아가진 않았으나,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해나가는 중이다.
나는 기존에 2D아트를 주요 업무로 맡았던 것과는 달리 기획 업무를 완전히 넘겨받게 되었다.
내게 있어서는 중요한 터닝포인트이다. 출시와 가장 가까운 프로젝트인만큼, 이런 직군 변화는 내 기획적인 능력과 이외의 일적 평판을 인정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 이전 작업자의 업무를 받고 이를 분석하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 게임의 방향성을 보다 세밀하게 조정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여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있는 레거시를 현재의 방향성에 맞게 정돈하는 단계이고, 팀원들 모두 각자 본업(?) 비스무리한 게 있는만큼 그 속도는 더디지만 그만큼의 퀄리티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티스토리 아카이빙
지금 쓰고 있는 이것, 티스토리 아카이빙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다시 내 글들을 검토해보자면 아직 그 수준이 전문적이거나 탐구 내용이 명확한 건 아니다. 정말 개인적인 기록에 가까운 내용이 많다. 정보 전달보단 개인 블로그에 가깝다. 그러나 그래도 괜찮다. 애초에 이 블로그는 내가 "완벽주의"를 이겨내고자 개설한 것에 가깝다.
지금도 여전히 내 글을 읽다보면 읽으면서 "왜저래..."하고 질색하게 되는 글들도 있고, 쪽팔린 글들도 있고, 좀 더 전문적으로 쓰면 좋았을걸 하는 글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것을 남겨두어야만, 나 혼자 탐구하고 나 혼자 내가 알아들을 말로 써내려간들 그걸 어느 정도 정제된 문체로 쓸 수 있을 때까지 이를 계속 다시 보고 발전시켜야만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 이 블로그도 지인 중 몇몇에겐 들킨 것 같기도 한다. 보고있다면 안녕 여러분. 나한테 직접 이야기하진 마.
여전히 익명 블로그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도... 독자가 있다는 걸 안 뒤로, 그리고 꾸준히 방문자 수도 늘어나고 있는만큼 조금씩 더 글의 퀄리티에 신경쓰는 내가 보인다. 이전보다 확실히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무엇이든 계속 하다보면 그 지표가 성과로 돌아오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1-2. 무슨 일을 시작했는가?
- 포트폴리오 제작
이번 해도 일을 늘리지 않겠다 결심했건만, 그럼에도 세어보니 많은 것들을 시작했다.
그 중 주요한 활동 중 하나는 포트폴리오 제작이다. 내 목표가 조금 더 취준에 초점이 맞춰진만큼 본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고 있는데, 2022년에 뭣모르고 역기획서라 쓰고 분석서라 읽는 허접한 퀄리티의 포트폴리오와 비교해보면 훨씬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
가장 큰 성장은 내가 이걸 왜 쓰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다는 점. 그 때만 해도 역기획서 포폴로 다들 내니까... 하며 얼레벌레 남의 것을 따라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역기획서의 목표가 명확하다. 사실 그래서도 지금까지 포폴 제작을 미뤄왔던 것도 있는데, 지금은 그 길과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
반드시 역기획서를 쓰기 앞서 자기 자신의 적성과 업무를 분석하는 게 먼저다.
나는 이런 프로젝트에 이런 업무를 맡아 어떠한 일을 맡게 될텐데, 난 이걸 잘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 "잘 만든다"는 포인트를 어필해야겠지. 그러려면 이 시스템이 왜 필요한지, 그 중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한지 명확히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단순히 내가 콘텐츠 쪽을 하고 싶대서 "콘텐츠 역기획서를 써야지, 그 중에서도 이 게임이 유명하니까 여기서 적당한 규모의 퀘스트로..." 식으로 접근했다간 정말 허접포폴이 되는 거다. 기술적으로야 어찌저찌 완성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이걸 왜 만드는지를 모르니 설득력이 부족할 거다.
사실 퀘스트/내러티브 분야는 그 세부 직군에 따라 포트폴리오가 천차만별이다. 소설도 있고, 설정집도 있고, 퀘스트 시스템 기획서도 있고, 퀘스트 콘텐츠 기획서도 있다. 그 중에서 자기가 정말 현업에서 하고 싶은 게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 같다. 그걸 전부 제출해봤자 나와 게임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물론 많이 만들어보고 직무별로 맞는 걸 제출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결국 지대한 관심이 있어야만 위의 인사이트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케바케 사바사다. 회사마다 문서 스타일이나 개발 프로세스도 다르고, 게임 시스템도 다른만큼 역기획서의 골조는 "나 이 일 맡으면 잘 적응할 수 있어요"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목적을 다한다고 본다. 나도 아직까지 내 역기획서를 어느 게임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개발 전 과정을 모르는데 어떡해. 인덱스를 어떻게 생성하는지부터가 팀마다 다른데 어떡해.
하지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그 비슷한 걸 할 줄 알아요!"를 전달하고, 무엇보다 그걸 넘어서서 이 퀘스트가 이렇게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가 뭔지, 이 스토리가 이렇게 개선되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면 포폴의 반은 왔다고 생각한다. 이걸 들어서 아는 것과 직접 할 줄 아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들어서 아는 척 했다가도 허접포폴 만드는 거다.
완벽하다고 자신하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이걸 알고 어느 정도 적용을 시킨 것만 해도 많이 성장했다, 나 자신.
- S프로젝트 프리랜서 시나리오 라이터
S 프로젝트에서 프리랜서 시나리오 라이터로 일하게 된 것도 커리어적 지표에선 꽤 크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가지고 들어갔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용돈 벌이를 하고 싶다... 정도의 소망에서 시작되었다.
정말 "하고 싶은 일", 그게 게임 시나리오 라이팅이었다. 이미 내 열정과 관심사는 이쪽에 빠져들어 있는데, 카페 알바나 다른 알바를 하면서 돈을 버는 게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이왕이면 그 둘을 합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니 내 커리어의 시작을 이걸로 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생각보다 이 일을 정말 많이 사랑하게 됐고, 정말 진심을 다하게 됐다. 하는 일 자체가 재밌는 것도 있지만, 확실히 현업의 프로세스를 안다든지, 현업에서 간과하면 안되는 유저의 니즈라든지, 마케팅이나 로컬라이징과 같은 외부적 요소를 고려하는 시야라든지 하는 것들을 배워나가며 내 시야가 점점 넓고 깊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무엇보다 게임도 정말 재밌기도 하고, 내가 가고 싶은 분야와 비교적 가깝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하는 게 정말 내 적성에 잘 맞는다. 회의 때 캐릭터 모에 포인트를 논의하는 건 오타쿠에게 꽤나 짜릿한 일인걸.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사람이었다. 함께 일하는 분들이 정말 좋아서 커뮤니케이션도 정말 원활하게 흘러가고, 내 능력을 존중하고 믿어주시며, 그 이상의 일을 맡겨주시고, 그 이상의 보상을 해주신다는 점도 정말 감사하다. 그만큼 훌륭한 성과를 내고자 나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내 업무 이상으로 의욕적으로 참여해나가고 있다.
가능하다면 이곳 분들과 지속적으로 커넥션을 가져가고 싶다.
만약 내가 2024년 목표를 제대로 정하지 않았다면, 난 졸업하고 여기에서 계속 일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정도로 소중하고 소중한 경험.
- U 프로젝트 졸업작품
졸업 작품도 함께 시작했다. 오히려 이 쪽은... 가장 아쉽기도 한 것이 초기 목표보다 달성한 것이 제일 적은 것 같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목표가 축소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있지만, 언리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던 것도 엎어지고, 게임 시스템도 계속 해나가다보니 시간이나 능력 등 많은 부분에서 제약이 걸려 축소되고, 그러다보니 게임 내에서 표현할 수 있는 내러티브도 한계가 생겼다.
제약이 제약을 낳고, 그렇게 축소되고 축소된다.
그러나 그만큼 배워가는 것도 많다. 유니티 숙련도 뿐 아니라 Copilot을 조수(보단 거의 내 전담 프로그래머)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게임 기획에서의 시작점은 내러티브로 시작하면 안된다는 슬픈 교훈도 얻었다. 특히 요즘 읽고 있는 <게임 기획의 정석>을 읽으며 내가 했던 모든 시행착오가 잘못된 시작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가장 강한 분야, 내러티브에서 시작했고,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 게임의 패턴을 그 위에 쌓아올렸다. 내 능력 부족 때문에도 게임 패턴이 바뀌기도 한다. 게임의 재미를 확실히 구축하기 위해선 그 반대가 되어야 함에도... 역시 나는 게임 기획에서 내 적성이 딜러나 탱커보단 서포터가 맞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직접적으로 게임을 재밌게 만들거나 탄탄하게 기반을 다지기보단 이것에 버프를 걸어주는 느낌.
몇 번이고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몇 번이고 게임을 기획해봤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 직접 겪어봐야 아는 뼈 아픈 실수를 통해 많이 성장해나가고 있다. 디렉터의 시선은 어렵다. 그럼에도 천천히 배워나가다보면 그걸 알게 되는 날이 올 거다. 최소한 지금 2년만 해도 엄청난 도약을 하지 않았나?
- 언리얼 BP 강의 수강
위에서 달성하지 못한 언리얼 프로젝트 졸작...을 보완하기 위해 언리얼BP 강의를 꾸준히 듣고 있다.
결정적인 지표가 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게 참 아쉽지만, 그럼에도 공부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업에선 BP를 어떻게 쓰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어디까지 이를 작성하고 만들어야 하는지의 범위를 알고 싶다.
무엇보다 공식 계정에서 올려준 영상들, 그리고 이전에 배웠던 C++ 개념들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C++은 좋지 않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그 개념을 배운 것 자체만으로 언리얼BP에서 활용 가능한 분야가 많아서 기본적인 "머리가 깨질 것 같아"의 구간을 건너뛰고 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나중엔 반드시 언리얼BP로 내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싶다.
그렇지만 배우고 싶은 분야가 수도 없이 많아서 난 욕심쟁이 여우가 되...
- 게임
많은 게임을 접하고, 시작하고, 접었다. 놀라운 건 그 중에서 정착한 게임이 있다는 것.
그렇다, 리버스1999다. 이 이야기야 이전 글에서 많이 했으니 넘어가기로 한다.
난 꾸준히 내 기획적 콤플렉스가 "적은 게임 플레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베이스가 적은만큼 지식의 폭이 좁고 얕으며, 내가 좋아하는 내러티브가 강조된 게임 이외의 것은 잘 모른다. 자연스레 게임의 재미에 대한 인사이트도 적다.
특히 지금 읽는 중인 <게임 기획의 정석>에서는 포인트앤클릭형 어드벤처 게임은 본질적 패턴의 재미보다는 단순 콘텐츠로 승부하는 게임이라고 해서 조금 충격이었다. 나는... 그것 때문에 게임 기획 시작했는디... 하지만 맞는 말이다. 이 업계에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쌓아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 분야 이외에도 게임을 총체적으로 볼 시각이 필요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분야, 캐릭터 수집형 RPG 게임들을 꽤 많이 플레이했다.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선두주자인 원신과 새로 나온 게임인 명조, 내 취향인 리버스, 그리고 또다른 장르적 결합을 이끌어낸 AFK 저니 등 이런저런 게임을 해보면서 확실히 인사이트가 많이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
물론 여기서 그친 게 아니다. 다른 게임들도 많이 플레이해봤다. 수집형 RPG 이외에도 다른 분야로 조금씩 도약하려 하고 있다.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어떻게" 느끼는지 정도는 체감을 해봐야 각 유저층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 분석은 잘 하니 플레이할 시간만 잘 내면 될 것다. (이게 더 어렵다.)
아마 이건 내 평생의 과제가 될 거다.
1-3. 무슨 일을 마무리지었는가?
- H 프로젝트
이전 글에서 많이 이야기한 내용.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한다.
목표 이상의 성과는 내지 못한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 목표를 달성한 것만 해도 충분하다 보니 내 욕심이 과할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디까지나 좋은 팀원들과 좋은 운이 따라줘서 그랬던 것도 있다.
- 게임 제작 동아리 활동
이 또한 이전 글에서 많이 이야기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한다.
이곳에선 정말 많은 것들을 얻어간다. 사람 뿐 아니라 의욕도, 스킬도, 방법도, 사회생활도 많이 늘어간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그 커넥션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2. 총평
내 커리어, 꽤 세부적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나는 좋은 묘목이 됐다.
2023년까지만 해도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게임에서 어떤 분야를 하고 싶은 건지, 게임 업계가 어떤지를 알아가며 좋은 흙을 쌓고, 깨끗한 물을 주고, 씨앗을 심었다면 2024년은 그 분야를 확정지은 후 본격적으로 싹을 틔우고 자라나는 시간이었다.
나는 나의 분야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아가고, 실제로 성과도 내며, 더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본격적으로 커리어를성장시켰다.
동시에 나의 성장에 대해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도 가지게 된 것 같다. 마냥 위로만 쑥쑥 크면 뿌리 없이 콩나물이 되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단단한 뿌리로 지택해야 장기적으로 잘 자라는 나무가 된다. 게임에서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고 거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무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을 정확히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편으로 성장의 근반이 될 토양, 나의 체력과 인맥, 그리고 데이터베이스 또한 그 이전까지 열심히 쌓아온 덕에 이 정도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던 것 같아서 2023년까지의 나에게도, 이를 응원해준 주변 사람들에게도 고맙다.
3. 그럼에도...
3-1. 아쉬운 점
여전히 시나리오 이외로의 분야로 큰 도약을 하지는 못한 것 같다. 특히 계속 언급한 책 <게임 기획의 정석>을 읽으면서 진작 읽을걸... 하며 깊은 아쉬움을 느꼈다. 물론 책이 늦게 나온 것도 있지만. 당연하게도 이번 학기엔 취업을 목표로 하는만큼 나의 분야에 집중한 것이 후회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
여전히 겁을 먹고 있기도 하다. 완벽주의를 많이 덜어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내 결과물을 보이는 데 대해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을 달성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래도 계속 지금의 스탠스를 유지해나가다보면 나의 성향과 글의 퀄리티, 작업 기한 사이의 적합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해 시나리오 공모전은 나가지 못했다. 뭔가의 가시적인 목표를 두어 하나의 작품, 하나의 시나리오 작성을 해보려 했지만, 아쉽게도 나가고자 했던 공모전이 올해는 열지 않게 되면서 목표와 의욕을 상실하게 됐고, 다른 일이 많이 바빠지면서 포기하게 됐다. 다음에라도 좋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맘이다.
여타 공모전에서의 성과는 딱히 없었다. 물론 애초에 공모전을 나간 작품들이 모두 큰 기대를 하고 넣었다기보다는 이왕 만들어둔 김에, 혹은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의미에서, 등으로 가볍게 출품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뭔가 지표가 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게 아쉬운 건 사실이다. 내가 욕심쟁이라 그렇기도 하고...
언리얼 프로젝트를 만들지 못한 것도 아쉽다. 이것 또한 내 역량 부족과 외부적 상황이 한 몫 한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목표한 바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해 언리얼에 대해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이어져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이 또한 천천히 공부해나가면서 기반을 다지면 추후 더 좋은 성과로 나타날 거라 생각한다.
3-2. 배운 점
작년은 나의 적성에 대해 알아갔다면, 이번 해 상반기는 나의 절대적인 위치를 보다 정확히 파악한 것 같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못하는 것, 내가 잘해야 하는 것, 내가 간과하면 안되는 것,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 내가 배워야 하는 것, 내가 우선시해야하는 것 등을 알아가면서 겸허해지기도 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도 느끼지만, 정말 많이 성장해왔다는 것도 느낀다.
취준생들과 비교했을 때의 상대적인 위치는 모르고, 여기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감히 판단하기도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런 위치를 잘 알고 있는 것이 나를 잘 어필하는 것에도 좋게 작용할 거다.
4. 앞으로는?
뭐 어쩌겠어, 더 죽었다 깨어날 날들이 많다.
본격적인 취준과 지원, 졸업작품 심사, 더 많은 S 프로젝트 시나리오 등이 있을 거다. 우선순위를 아주 섬세하게 잡아나가고, 그 무엇 하나도 빼놓을 수 없이 최선을 다 할 거다.
6개월 뒤의 내가 궁금해진다. 나는 어디쯤까지 가 있을까.
기대도 긴장도 되는만큼 9월을 더욱 힘차게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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