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덕질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

[게임] <리버스1999> 후기+분석: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난 거야

련잉엥용 2024. 7. 5. 00:19

0. 들어가며

 

대애충 스포일러 주의!

2023년 5월 중국에서 첫 출시를 한 이후, 10월 말에 한국 서버가 처음 열린 서브컬쳐 게임, 리버스1999.

비교적 신작인만큼 아직 양도 방대하지 않고, 게임 취향도 어느 정도 갈리는 마니아용 게임인 듯 하다. 나는 이번에 모종의 이유로 찍먹해보려 했다가 반하다시피 빠져버려서 열심히 플레이하는 중이다. 거의 매일 학교를 오가며 소요하는 이동시간에는 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리버스1999를 할 정도.

왜 이 게임이 그리도 좋냐, 하면 역시 "캐릭터디자인이 취향이라서"라는 답이 정답이겠지만...

이 게임을 하며 느꼈던 가장 큰 감정은 질투다.

내가 게임 기획자로서 하고 싶은 스토리텔링의 이상향이 어쩌면 이런 게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 때문. 지극히 내 취향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캐릭터, 연출과 비중까지... 심지어는 다루는 소재와 기본으로 주는 엑스트라 캐릭터마저 내 취향일 정도. 나의 서브컬쳐 게임 시나리오 취향은 이런 쪽이구나, 하고 깨닫게 해준 것 같다.

시작은 뜻밖에도 이상형 월드컵이었다. 나는 이따금 디스코드에서 사람들과 웃고 떠들다 이상형 월드컵을 하곤 한다. 주변에 명조나 원신, 요즘 출시한 젠레스 존 제로처럼 캐릭터 가챠형 게임이라면 "가챠"를 돌리는 데 집중해 서로의 가챠 결과를 비교하며 도파민을 뽑아먹곤 하는 무리가 있는데, 이 무리에서 누구보다 좋은 캐릭터를 뽑아 상대에게 기만을 하려면 이들의 취향 캐릭터도 잘 파악해야 하기 때문.

가령 A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 B를 뽑고, B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 A를 뽑으면 서로 기만을 해대며 웃음을 뽑아먹는 거다. ...그런 거다. 재밌으니까. 아무튼 그런 식으로 각자의 서브컬쳐 캐릭터 취향을 알아가던 중 원신, 붕괴 스타레일, 명조, 명일방주, 백야극광, 무기미도 등의 게임 캐릭터 취향을 찾다 접어들게 된 것이 리버스:1999였다.

리버스:1999는 대단했다. 몇 안되게 다섯 캐릭터가 넘게 취향의 정곡을 찔렸다. A나이트와 이졸데, 투스페어리와 포겟미낫, 210, APPLe씨, 갈천... 캐릭터 디자인을 보고 "미쳤다"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인외 캐릭터를 서브컬쳐에 이렇게나 잘 풀어낸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방가르드한 캐릭터가 많은만큼 누군가에겐 정말 취향 도식에 맞지 않고 버리는 캐릭터라 하겠지만, 나에게는 더없이 짜릿한 경험이었다.

심지어는 질투가 느껴졌다. 저 캐릭터가 내가 만든 캐릭터여야 했는데...

그렇게 질투 반, 기대 반으로 리버스:1999를 설치했다.

여담이지만, 명일방주의 총웨와 무기미도의 데이먼이라는 캐릭터도 몹시 취향이다. 사실상 내가 접한 서브컬쳐 캐릭터에선 거의 첫 인상으론 탑3안에 들 정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쪽은 게임 취향이 안맞는다. 둘 다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음... 둘 다 튜토리얼도 못 끝내고 게임을 지웠다. 난 디펜스 게임은 정말 안 맞나보다.

총웨 좋다...
데이먼 좋다...

 


1. 평의 기준점

 

1-A) 플레이어 정보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나는 모바일 유저다.

물론 애초에 리버스1999는 턴제 카드 RPG 게임이기 때문에 그다지 액션이 많지 않아 조작감에서 느끼는 차이점도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PC 유저와는 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니 명심할 것.

그리고 또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나는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를 꿈꾼다.

그 쪽으로 축이 기울어져 평가를 할 것이란 소리. 그게 아니더라도 당장 서브컬쳐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이 좋다면 게임이 구려도 어느 정도 흐린 눈으로 보는 부분이 있다는 것.

 

 

 

1-B) 대중의 평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팬층이 많지는 않아보인다.

나는 이런 게임이 있는 줄도 몰랐을만큼 국내 프로모션이 약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나온지 얼마 안되었으므로 그 팬층이 적을 수밖에 없다만... 애초에 게임이 마니악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일단 나무위키 평을 보자면 부정적인 평이라고 해봤자 게임 장르나 서브컬쳐적 취향으로 갈리는 정도다.

정말 뚜렷한 단점이라고 해봤자 국내 시장에 대해 아주 큰 욕심이 없어보인다는 점 정도.

솔직히 나무위키에서 이 정도 평가면 정말 후한 거다.

 

 


2. 전체 평가: ✦✦✦✦✦

 

고급스러운 맛의 스토리텔링.
게임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흠 잡을만한 구석은 딱히 없다.
취향에만 맞는다면 오래도록 붙잡고 있을 게임.

 

2-A) 캐릭터&세계관✦✦✦✦✦

 

할 말이 너무 많지만, 내가 게임을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인 '캐릭터'에 대해 먼저 설명해봐야 할 것 같다.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지만...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취향저격이었다. 나는 본질적으로 "고급스러운 캐릭터"가 취향의 가장 뿌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게임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세계관 자체가 다크 아카데미아나 문학, 철학과 수학을 소재로 해서 고급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취향이 아닌 캐릭터가 없다.

사실 그보다도 리버스1999에 빠져들 거라 직감했던 건... 게임이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속 구절을 검은 화면에 흰 글씨로 띄우며 무드를 설정하는 그 순간이다.

나는  피츠제럴드 작가를 정말 좋아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1920년대 특유의 화려하고 공허한 분위기와 특유의 문체를 선망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번역투가 내 문체에 남아있을 정도이며, 낙원의 이편이나 밤은 부드러워라를 읽은 뒤에는 그의 작품이 너무 좋아 고등학교 시절 그의 작품과 관련해 소논문을 작성하였을 정도이며, 심지어는 대학교의 과도 이 때문에 영문학 관련 과로 결정했다.

소논문을 작성하며 그가 아내 젤다 피츠제럴드의 천재성을 깎아 자신의 천재성을 완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의 이면에 실망하여 이후로는 이전처럼 열성적으로 좋아하지 않았으나, 그는 여전히 내 맘에 가장 선망하는 작가로 남아있다. 미국의 1920년대 기반 콘텐츠를 좋아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시대의 화려함과 허무를 가장 잘 그려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시대를 판타지처럼 아름답게, 또 사실적으로 그려낸 사람.

그런데 게임을 내가 영문학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 구절로 시작하다니... 갑자기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나의 향수를 건드렸다.

그렇게 리버스:1999는 내게 너무나도 뜻깊은 게임이 되어버렸다.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그 뿐 아니라 밤은 부드러워라, 신세계를 향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다양한 문학적인 명칭을 이곳저곳에 다수 활용했다. 중간중간 시를 쓰거나, 스테이지 보조 활동의 "???" 내레이터를 통해 통해 철학적이거나 정치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여러 역사적 자료나 문화적 자료를 패러디/오마주를 활용한 것도 눈에 띈다. 심지어는 조력자 캐릭터 이름부터가 소네트이니까. 거기에다가 경험 없는 시대에 향수를 느끼게 하기로는 가장 대표적인, 화려한 1920년대와 1960년대, 1990년대를 적절히 조합해 이렇게나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내다니.

진짜 너무한다. 너무 내 취향이다.

물론 처음에야 이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들었고, 그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이 게임이 채택한 모든 설정, 그 중에서도 문학, 철학, 역사, 수학이라는 기본 인문학을 채택해 크게 활용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내 취향이었다. 사실 많은 게임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활용하고, 그게 고갈되어 북유럽 신화를, 또 켈트 신화를, 또 중세 판타지를 채택하는 데엔 지쳤다.

신화는 강력하고 아름답지만 뻔해졌다. 그리고 그런 뻔한 스토리를 만들지 않으려다가는 "짜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십상이다.

흔히들 창작은 새로우면서 익숙한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말한다. 신화는 뻔해졌고, 새로운 IP는 강력하지만 낯설다. 그런 탓에 요즘 세계관으로 매력 어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근현대 역사와 문학을 이렇게 활용하다니. 수많은 스토리들 사이에 이런 세계관은 네가 처음이야... 싶은 신선한 충격.

설명이 너무 귀엽다.

사실 아직까지 폭풍우의 개념이나  재단과 재건의 손의 대립, 또 그 안에서 각각의 세력 다툼 따위는 그다지 취향인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건... 조금 더 잘 만든 게임들도 많은 듯. 재단과 재건의 손이라는 세력 간의 대립은 너무 뻔하고 지나치게 거대하다. 그래도 봐줄 수 있는 정도고, 그건 스토리를 끌어나가기 위한 필연적인 구조라고도 생각한다.

다시 캐릭터로 돌아오자.

나무위키에서도 이야기한다. "아방가르드"한 캐릭터가 정말 많다. 기존 서브컬쳐 캐릭터의 도식을 벗어나는 캐릭터가 라는 말이다. 냅다 검과 장갑, 그리고 망토만 있는 A나이트라든지, AI 번역기를 이용하는 천재 강아지 피클즈라든지, 냅다 그냥 사과만 있는 APPLe 씨라든지, 새의 몸을 한 고대 종족 갈천이라든지... 심지어 이번에 나온다는 새로운 캐릭터는 마네킹이라고 한다. 캐릭터를 정말 재밌게 디자인한다.

정말 충격인 캐릭터. 이 캐릭터를 내가 먼저 생각했어야 하는데...

이 뿐만 아니라 자신이나 타인을 부르는 호칭, 의사소통 방식, 상호작용 방식에서도 이런저런 차이를 두어 오타쿠를 미치게 하는 디테일을 잡았다. 자기 자신을 "someone"이라고 부르는 캐릭터라니. 음악으로만 소통하는 캐릭터라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더군다나 이 캐릭터가 단순히 외형이나 설정만 그럴듯하고 끝이었으면 모르겠지만, 리버스1999는 이 캐릭터들을 정말 아끼는 게 느껴진다.

각각의 스토리를 잘 활용하고,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그 매력이 곱절이 된다. 각각의 캐릭터에게 적절한 스토리를 부여하고 매력을 부여한다. 모두가 자신의 스토리가 있고, 각각의 주인공으로 작용한다. 애정을 받는 캐릭터는 매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게 부럽다. 그럴 수 있는 자본력이 있고, 그걸 적극 장려하는 디렉터와 회사, 그리고 투자자가 있다는 말이니까.

사실 오히려 따지자면 이 게임에서 나의 취향에 적중하는 최애캐는 딱히 없다. 210은 너무 능글맞고, 갈천이나 포겟미낫은 너무 미소년틱하고, A나이트나 APPLe씨는 캐릭터의 도식 상에서 매력적인 것이지 취향에 적중했다는 느낌이 아니며, 에니그마는 실장 캐릭터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의 캐릭터 도식을 최고의 취향으로 치는 이유는 이러한 애정과 매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히려 최애캐가 없다보니 그 캐릭터가 쓰이는지, 그 취급이 얼마나 좋은지 등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어 마음이 더 편하기도 하고.

 

 

 

2-B) 스토리텔링: ✦✦✦✦✧

 

그리고 이걸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게임 내 스토리텔링이다. 사실 리버스1999는 게임의 스토리가 직관적으로 게임 플레이와 연결된 편은 아니다. 스테이지에 진입하면 대화 형식의 스토리를 진행하고, 게임을 한 뒤에, 다시 대화 형식의 스토리를 다시 진행한다. 때때로는 전투 없이 대화 형식의 스토리만 즐기는 스테이지만 있기도 할 정도. 심지어는 초반 프롤로그는 스토리를 스킵했을 때 요약본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스토리에 정말 많은 공을 들인다는 것을 느꼈다. 보통은 스토리를 줄이면 줄였지, 따로 빼두면서까지 개발해내지는 않다보니까. (빼두면 그냥 무지성 스킵할 확률이 늘어난다. 이건 내 주변 사람들도 다 또같고, 시나리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마저도 그렇다. 게임 플레이와 연계되어야만 스토리가 깊이 남는다.)

그렇지만 그런 시스템적 한계를 차치했을 때, 리버스1999는 각각의 대화 형식 스토리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 모든 캐릭터에 스파인 애니메이션을 기본적으로 몇 개씩은 제작하고, 스토리마다 컷씬을 기본적으로 10개 이상은 넣으며, 그런 컷씬에도 스파인 애니메이션을 넣는데다 배경 카메라 패닝이나 컷씬 카메라 패닝 등도 정말 잘 활용한다.

이것이 잘 드러나는 것이 4장 호랑이들의 황금과 5장 동굴 속의 죄수이다. 4장 맨 마지막 개표 시의 컷씬 연출은 가히 시네마틱 영상에 버금갈 정도였으며, 5장에서 수많은 수학 용어로 게임 스토리를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것은 시나리오 기획자의 연출 능력이 크다.

정말 좋아했던 4장의 연출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런 고급스러운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게 정말 부럽다… 질투난다…

특히 5장의 경우, 스토리나 단일 세계관의 완성도가 높지만 고유명사나 수학/철학 용어가 많아서 전달하기 매우 어렵다. 기존 지식과 어우러져 헷갈리기 십상이니까. 하지만 이걸 굉장히 준수하게 전달했다. 스토리 자체는 평이하긴 하지만, 그런만큼 그걸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게 정말 대단한 거다.

얼핏 보면 이게 무슨 말이야, 싶지만...
적절한 예시를 들며 고유명사 없이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곧바로 우릴 안심시킨다.
적절한 철학적 대사. 모든 대사가 이러면 읽기 싫겠지만, 이런 컷씬과 함께하는 대사는 엄청난 임팩트가 된다.

심지어 이것이 기존 게임 세계관과 정말 동떨어진 세계관인만큼 새롭게 전달하기 어려운데도 이 리스크 높은 선택을 해낸 개발사에도 존경을 표한다. 철학과 수학을 이용해서 따분하게 느끼지 않고 스킵하지 않게 하는 "게임 스토리"는 정말 만들기 어려우며, 진정 아방가르드의 영역이라 리버스1999스러운 세계관만 할 수 있다. 명조 눈 감아.

이건 물론 철학 수학이 기본 교양으로 배운 영역이다보니 음악이나 소리의 개념보다 더 익숙해서 명조보다는 쉽게 가능했던 것도 있지만… 여전히 37이랑 6이라는 이름을 단 캐릭터들을 이렇게나 직관적으로 전달하면서도 기존 캐릭터들의 성격도 잘 녹여내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걸 버틴과 소네트의 이야기, 릴리아와 소더비의 이야기, 애플 씨와 레굴루스의 이야기 등으로 병렬적으로 이끌어내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한다는 건... 시나리오 기획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 내공이 상당하단 말이다. 이런 전개는 보이는만큼이나 쉬워보이지 않는다. 이걸 제약 많은 대화 형식의 스토리텔링과 연출 안에서도 잘 풀어낼 수 있는 리버스의 시나리오 기획자의 능력을 정말 높이 산다.

근데 이렇게 찬양하는 말을 써도 누군가는 승훈이처럼 생각하면서 스킵을 하겠지…

뭔말인지 모르게떠염

 

 

 

2-D) 그래픽: ✦✦✦✦✦

 

캐릭터 그래픽이야 말할 것도 없다. 차력쇼 수준의 스파인 애니메이션을 보다보면 정말 파츠를 어떻게 나눈 건지 신기하기만 하다. 몇 개의 리소스를 그려야 했을까... 아트에게 애도를 표한다. 이걸 구현해낸 것도 신기할 따름. 아까 이야기했듯 컷씬에도 애니메이션을 넣을 정도니까.

귀여워
멋있어
부러워
웃겨

스킨도 정말 대단하다. 이번에 나온 동양풍 스킨의 경우 난 드루비스나 A나이트 캐릭터다 없는데도 껍데기부터 사고 싶어질 정도. A나이트는 정말 애정하는 캐릭터이기에 진짜 살까 고민 중이다. 6일 남았는데... 빨리 결정해야지. A나이트도 호불호가 심한 캐릭터일텐데, 기껏해야 나 같은 틈새 시장을 노리는 캐릭터일텐데 이렇게나 공 들여 주다니... 감동이야.

천재적인 듯...

물론 가끔 캐릭터 2 통찰로 주는 스킨들을 보면 캐바캐로 너무 별 게 없어서 실망할 때도 있지만... 그거야 뭐, 어쩔 수 없는 거다. 그건 어쩔 수 없이 잘 팔리는 캐릭터를 밀어줘야 하는 법이니까.

각 캐릭터의 스킬에 쓰인 이펙트나, 특히 최종 술식의 이펙트는 그 완성도가 정말 높다. 캐릭터의 데포르메 한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연출이란 연출은 다 본 것 같다. 텍스트 연출도 그러하다. 정말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매력을 위해서라면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진다. 최종 술식도 정말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갈천의 것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가장 중요한 게 UI다. UI가 미치도록 고급스럽다.

충격적이다. 너무 좋다.

UI 쪽 직무를 하는 언니에게도 보여줬더니 이런 거 나한테 보여주지 말라고 질투난다고 할 정도로 너무 예쁘다더라. 물론 취향의 문제이긴 하지만 UI 자체가 깔끔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만큼 심미적이고 아름답다. 필름 그레인을 이렇게나 잘 쓴 게임은 처음이다.

아무튼, 이런 UI의 무드까지 이런 부분까지 신경썼다는 점에서 보다 내 취향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가령 뒤로 가기, 홈으로 가기 등의 아이콘만 해도 정말 추상적인 이미지인데도 익숙해지니 잘만 활용한다. 캐릭터 소개 페이지 우상단에 보면 UTTU 로고의 거미가 내려오는 걸 본 사람이 있을까. 진짜 소름 끼치게 좋다. 직관적이지는 않지만 불편하지 않으며, 깔끔하지는 않지만 심미적이다. 방향성 안에서 최고의 타협점을 찾았다고 봐도 된다.

너무너무 좋다...

 

 

 

2-E) 게임성: ✦✦✦✦✧

 

카드 게임 마니아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카드 게임을 싫어하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너무 루즈하지도 않고, 너무 힘들지도 않게 좋았다. 무엇보다 튜토리얼이 매우 직관적이고 친절하다. 1장 안에서 추가로 진행되는 심화 튜토리얼만 해도 정말 레벨 디자인을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꽤 복잡한 방법이지만, 그 방법이 아니고서는 무조건 패배하게끔 설정해두어 머리를 쓰도록 유도하는 그 일련의 과정에서 기획자의 노고가 느껴졌다.

버프나 디버프, 스택 명칭이 다 다르다는 면에서 매번 설명을 읽어보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고, 그 기능의 수가 빈약하다는 평도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카드 게임 초보인 나에게는 많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자동 전투 배속이 느리다거나, 최종 술식(궁극기) 지속 시간이 길다는 것 정도가 조금 불편하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봐줄 수 있다.

더군다나 내 기준에서는 밸런싱도 꽤나 잘 된 편인 것 같다. 물론 레벨 갭 구간이 가끔 발생하곤 하며, 그 때마다 필요한 재화가 각기 다르곤 해서 가끔 힘들어지곤 하지만, 그 정도야 다른 게임에 비하면 애교 수준인 것 같다. 거의 최초로 과금까지 해본 게임인데, 이 정도면 지를만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 (위험한 생각이다.)

스테이지의 서브 콘텐츠도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더 많아도 된다는 생각. 맵 상에서 세계관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좋고, 여기에서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던져줘도 좋지만, 다소 모호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조금 더 친절해질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더 친절해야 한다는 말은 로컬라이징을 고려해서 보다 직관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해도 좋다는 말. 아직 서브 스토리 중 "???"의 말은 거의 이해가 안된다. 난해한 것이 목적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심하잖아.

지금은 서브 콘텐츠만 봤을 때 중국 게임 특유의 만연체 문제가 커보인다. 오히려 메인 스토리는 괜찮다.

아무튼, 게임성이야 서브컬쳐 게임 치고는 준수한 수준. 좋은 카드게임을 기대하고 한다면 애초에 캐릭터 뽑기부터 질릴 거다.

 


 

3. 마치며

 

리버스1999는 꽤나 오래 잡고 있을 게임인 것 같다. 지금 당장 가장 뽑고 싶은 캐릭터가 A나이트인데, 로테이션 뽑기가 돌아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발이 묶인 셈이랄까. 차곡차곡 재화를 모아나가는 중인데, 아마 뽑고 나서도 그걸로 끝!이 아니라 더 오래오래 잔류할 것 같다.

캐릭터가 너무 취향이다보니... 앞으로 또 어떤 심경의 변화든 어떤 상황의 변화가 생겨서 이 게임을 잊고 또 다른 게임으로 넘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게 먼 미래일 것으로 느껴진다.

여담이지만 명조는 이미 잊혔다... 이번에 새로운 캐릭터가 나왔대서 뽑으러 갈까, 했다가 가챠 재화를 다 쓴 이후로는 영 손에 안 잡힌다. 언제 또 저걸 다시 모아, 라는 생각 뿐. 그래도 명조는 명조 나름대로 잘 성장해나가는 것 같다.

결론, 내 취향 스토리텔링하는 방법의 측면에서 배울 것이 많은 게임. 공부를 위해서라도 계속 플레이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