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덕질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

[캐릭터] <발더스게이트3> 아스타리온 - 묘하게 중독적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련잉엥용 2024. 3. 29. 19:31

현재 발더스게이트3를 160시간 가량 플레이한 상태이다.

이 정도면 나름 솔플로도, 멀티플로도 꽤 많이 진행한 편이다. 지금은 할 일이 너무 많이져서 두 플레이 모두 3막 종지부를 앞에 두고 진행을 거의 못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그동안 플레이를 진행하며 발더스게이트3 안의 캐릭터들에게 정도 정대로 많이 들었고, 어느 정도 스토리를 파악한 상태이다. 결말만 앞둔 상태이다. 언제 플레이하지... 진짜 플레이하고 싶다... 흑흑
 

아래 내용엔 아마 발3 스포일러가 다수 들어있을테니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은 돌아가자.

 


 

0. 아스타리온이 누군데?

 
발3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재미있게 느껴졌던 오리진 캐릭터는 다름 아닌 아스타리온이다.

오리진 캐릭터를 비롯해 어두운 충동의 서사, 다른 조연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전부 재미있지만, 아스타리온은... 그냥 생각하기만 해도 오타쿠로써 제법 할 말이 많아진다. 정말 나는 아스타리온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 스토리를 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제법 2차 창작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썼구나... 하고 느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한다면 오타쿠들이 환장할 포인트를 딱딱 짚어낸다는 말이다. 이거 공식에서 내놓은 거 맞아? 할 정도로 충격적이란 말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아스타리온은 아마도 발3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끈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대문짝만하게 발더스게이트 포스터에도 가운데 맨 앞에 찍혀서 나오질 않나, 이번엔 발3이 뱀파이어 서바이벌과 콜라보를 한다고 하질 않나, 대놓고 우리 게임에서는  얘가 제일 매력적으로 나오는 캐릭터에요~ 하는 제작사의 애정이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더더욱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아스타리온을 밀어주는 걸까? 싶어서 집중하게 되었다.

다른 버전도 있기야 하지만, 아무튼 아스타리온이 대문짝만하게 나오는 포스터.

사실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스토리나 외형만 보더라도 정말 플레이어가 이 캐릭터에 빠지게끔  "노렸다" 싶다. 오리진 캐릭터들 중 어느 캐가 안 그렇냐마는... 아스타리온은 과할 정도다. 정말, 과하다. 설정도, 모에 요소도, 성격도 어떻게든 오타쿠라면 한번쯤 흥미를 느끼게끔 짜여 있다. 이런 ‘노림 캐’를 싫어하는 부류의 오타쿠도 종종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한번쯤 이 익숙한 맛에 관심을 가질 법 하다.

오리진 캐릭터들을 살펴보자. 섀도하트나 레이젤, 게일이나 윌, 할신처럼 초반에 만나게 되는 이들도 전부 다들 엄청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각기 다른 이유로 기생충을 없애야 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누구 하나 빠짐 없이 매력적인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 아스타리온을 이길 순 없다. 오리진 캐릭터들을 전부 훑어봤을 때, 딱 보기에 OC(자캐) 판에서 제일 많이 존재해온 부류가... 역시 구해줬더니대놓고뱀파이어인데다첫날밤부터나를빨아먹으려고하기까지하고과거엔햇빛도못보는뱀파이어노예였으나지금은얍삽하게생존중인 아스타리온이다.

맞다.

이런 캐릭터가 어디 있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캐릭터 도식에선 이런 쪽으로 정형화된 부류가 있기에 OC판에서는 이런 캐릭터가 수두룩히 넘쳐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한다면 아스타리온이 "클리셰 중에서도 클리셰"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고전적으로 인기 많은 캐릭터는 아닐지 몰라도, 쏠쏠한 마니아 층은 확실하단 말이다.

우선, 느낌만 봤을 때 가장 비슷한 캐릭터로는 마블의 로키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외에도 수도 없이 많다. 사실 분류하자면... 전형적인 안티히어로 배신 캐라고 할 수 있을 거다. 얍삽하고, 얄밉고, 한 대 쥐어박고 싶게 구는데 막상 밉진 않다. 주적이 다가오면 오히려 든든하다.

아 로키 드라마도 봐야하는데...

사실 로키도 아이코닉한 캐릭터이지만 최초의 '로키다운' 캐릭터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일단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건 로키일 거다. 비천한 신분에서 지금의 힘을 가지기까지의 과정, 엄청난 결핍에서 비롯된 성격적 결함, 이광수보다도 더한 배신의 기운, 능글맞은 성격과 약간의 찌질함, 누구보다 높은 에고와 자존감, 그 아래에 이따금 내비치는 약한 모습까지... 안티히어로를 좋아한다면 안 좋아하기 어렵다. 유머러스하고, 강하기도 하고, 약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바보같기도 하다. 전부 오타쿠 심금을 울린다. 


 

1. 왜 아스타리온을 주력으로 미는가?

 
그렇지만 아스타리온은 그런만큼 호불호가 꽤나 갈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호감도"를 올려서 뭔가의 씬을 이끌어내야 하는 대단한 미연시 야겜(...)이기도 한 발3이 어째서 아스타리온을 주력 캐릭터로 밀고 나갔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호불호가 갈리는 타입의 캐릭터인데도 얘를 메인으로 민다고?

쉬운 선택지는 많다. 섀도하트는 가장 쉽게 연애할 수 있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고, 이 쪽도 꽤나 스토리적으로 큰 요소를 맡고 있는데다 주인공과의 접점도 크고, 성녀인 척 하는 데 성녀는 아니고 또 나름의 다크한 스토리를 가진... 이쪽도 나름 정석적인 클리셰를 따라가 매력적인 서사를 가진 메이저 취향의 캐릭터다. 윌과 같은 경우에도 꽤 초반에 만나기도 하고, 보다 강해지기 위해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잘못된 길을 선택한 비운의 명문가 후계자...라는, 제법 매력적인 남주인공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건 게일도 마찬가지다. 후에 만나기야 하지만 과거의 영웅 자헤이라나 악성향 드로우 민타라 같은 경우에도 그 나름대로의 맛을 가진 캐릭터들이다.

그럼에도 섀도하트가 아닌 아스타리온을 주되게 내세운 이유를 내 나름대로 분석해보자면... 아마 마케팅이나 게임 시스템 상의 이유도 있을 테고, 아무래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의 흥미를 이끌어내기엔 가장 효과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사실 모든 미연시는 비슷하다. (메인으로 미는 것에 대해 설명하는 건 아니지만... 하여튼 웃기다.)

마케팅이나 게임 시스템 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부터 해보자.

먼저 마케팅 상으로는 아스타리온을 공략하는 데 있어서의 난이도와 입체성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연시 게임에서 프로모션 등에 메인으로 내세우는 캐릭터는 공략하기가 제법 까다롭다. 분명 그 게임의 공략 난이도 끝판왕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메인으로 미는 캐릭터는 어느 정도 까다로워야만 유저를 게임에 붙잡아둘 수 있다.

대개 미연시 게임은 리텐션을 위해 하나의 분기점에서 루트가 명확히 갈려야만 하는 두 캐릭터를 놓는다. 한 쪽에는 쉬운 공략법의 캐릭터를, 그리고 다른 한 쪽에는 메인으로 미는 캐릭터를 놓는다. 쉬운 공략법의 캐릭터와 메인 캐릭터를 동시에 만날 수 있게끔 한 뒤에, 쉬운 공략법의 캐릭터 쪽으로 초보자용 루트를 유도하여 메인 캐릭터를 공략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후로도 꾸준히 메인 캐릭터를 노출시키다보면 자연히 미련이 발생한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다음 생엔 쟤랑 사귀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부터 이쪽을 공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초보자에겐 쉽지 않은 루트가 될 것이다. 결국 다시 플레이를 해서 그 분기점으로 돌아와 그 캐릭터를 만나고, 마침내 그 캐릭터를 공략해낸다면 게임사에게는 최고의 선택인 셈이다.

발3의 경우에는 1막에서 플레이어가 어느 마을의 손을 드는지의 상황에서 그 선택지가 나뉘게 된다. 드루이드 및 티플링 난민 마을을 선택하면 섀도하트의 호감도가 크게 오르고, 고블린 부락을 선택하면 아스타리온 쪽이 오른다. 하지만 게임을 처음 플레이한다면, 애초에 DND에 익숙하지 않고서야 처음부터 악성향 플레이를 하는 경우는 드물기 마련이다. 즉, 기존 마니아층이 아니라면 플레이어는 꽤 자연히 드루이드와 티플링 쪽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아스타리온의 호감도를 크게 얻을 기회는 사라지고, 미련이 남게 된다.

그러나 발3은 잘 설계된 게임이기에 여기서 루트를 닫지 않는다. 이후로 아스타리온을 파티 동료로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 그와의 접점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대체로 파티에선 (PC가 로그가 아닌 이상) 로그 캐릭터가 요긴하게 쓰이기 마련인만큼 플레이어는 계속 아스타리온을 데리고 다니게 된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자연히 아스타리온의 스토리를 알게 되고, 나름 미운 정, 고운 정이 들게 되면서 이쪽의 호감도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는 거다. 특히 아스타리온은 상호작용 대사가 독특하기도 하고, 가장 재밌게 대꾸하는 편이라 플레이어의 뇌에 도파민을 콸콸 부어준다. 다음번엔 아스타리온처럼, 또는 아스타리온의 맘에 들게 악성향 플레이를 해볼까? 라는 생각이 왠지 모르게 들게 된다.

01
뒤로 넘기면 번역본이 있다.

그렇다면 게임 시스템 상의 이유는 무엇일까? 발3의 주된 특징은 Tav, 커스텀PC 외에도 오리진 캐릭터를 PC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악성향으로의 롤플레이를 원하는 플레이어를 위해 이미 악성향인 캐릭터가 앞에 나선다면 게임 시나리오 상의 다양한 분기점을 맛보고 도파민을 채우기에도 좋다. 섀도하트도 어느 정도 악성향 플레이가 가능하겠지만, 본격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희열을 느껴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로는 아무래도 아스타리온이 적합하다는 소리다.

위의 플레이 흐름을 따라 선 성향 플레이를 첫 회차로 마치게 된다면 자연히 악 성향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이에 대해 더 원활한 롤플레잉을 하기 위해선 내 캐릭터를 악성향으로 만드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악성향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악성향 Tav의 설정을 짜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캐릭터의 설정을 짜는 건 아무래도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기에 롤플레잉만 즐기고 싶은 사람에겐 아스타리온이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그런만큼 아스타리온은 굉장히 고효율의 매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캐릭터다.


 

2. 오타쿠의 본질을 충족하는 캐릭터, 모에한데 사연 있는 뱀파이어.

 
반면 동서양의 취향 대통합,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한다면...

모든 덕질러는 대비감을 좋아한다. 여기서 대부분의 서양 쪽 오타쿠들은 여백의 미에 집중하고, 대부분의 일본 쪽 오타쿠들은 아이러니에 집중한다.

그리고 아스타리온은 이걸 둘 다 충족한다.

여기서 영상 매체에서의 서양 오타쿠는 대표적으로 미드 영드 쪽으로, 일본 오타쿠는 대표적으로 애니 쪽으로 빠진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게임에서 두 부류를 구분하는 건 꽤 어렵다. 아무래도 동서양이 각각 분화되어 발전했다기보다는 함께 발전해나갔기 때문에. 물론 아스타리온도 둘 모두를 충족하는 데 있어 부족한 점이 있기야 하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이야기해보기로 하고, 우선은 서양 오타쿠와 일본 오타쿠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 부분부터는 정말 내 주관적 해석이라 부정확할 수도 있다.

모든 오타쿠의 본질은 같다. 가령 전교 1등이 실은 불량하다거나, 양아치가 실은 착하다거나 하는 요소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다. 그 대비를 음미하고 그 대비로 인해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뇌에서 탄내가 날 때까지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게 오타쿠의 밑바탕이다.

대비는 여러 곳에서 올 수 있다. 캐릭터 하나의 속성 또는 내면에서 올 수도, 캐릭터 둘의 관계에서 올 수도, 상황과 캐릭터의 대비에서 올 수도, 캐릭터와 임의로 설정한 '나'라는 또다른 상상 속 캐릭터에서 올 수도, 현실과의 괴리에서 올 수도 있다.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대비감에 대해 강한 희열을 느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대개 이에 대해 서양 쪽 오타쿠들은 종이에 꽉꽉 검게 채워넣은 스토리와 대비되는 흰 부위, 즉 자신이 채워넣을 빈칸이 가득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반면, 일본 쪽 오타쿠들은 다른 쪽이 하양이든, 노랑이든 상관 없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색(가령 보라색이라 하면)에 대해 아이러니함, 즉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요소에 대해 선명한 대비가 보이면 그걸로 족하다는 주의이다. 정말 단적으로, 저급한 말로 표현하자면 “서양은 서사광인이 많고 일본은 모에광인이 많다”는 말이다.

서사광인 vs 모에광인

서양 덕질의 뿌리를 조금 타고 들어가면 대개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등이 꼽히는데 반해 일본은 에반게리온, 슬램덩크 등의 장르가 꼽히는 걸 보면 대개 느낄 수 있다. 서양은 스토리와 세계관이 방대한 반면 일본은 캐릭터가 깊이 남는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에도 많이 유명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를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내가 덕질의 역사를 낱낱이 파헤친 게 아닌만큼 틀릴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내가 파악한 덕질 판은 대개 그랬던 것 같다.

2차 창작만 봐도 서양 쪽은 Y/N 팬픽(“널 사랑해, Y/N.”등의 대사로 자기 자신을 대입하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김여주’ 소설이다.) 이 많이 보이는 반면 일본 쪽은 모에 포인트를 강조한 팬아트가 많은 것 같다. 서양에선 해리포터 세계관에 내 캐릭터를 집어넣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드는 팬들이 많고, 일본에선 츤데레, 얀데레, 메가데레 등의 속성으로 캐릭터를 구분지어 나의 최애 "모에 속성"을 분류하는 팬들이 많다.

사실 물론, 이렇게 말을 한다고는 해도 그 차이점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둘 모두를 좋아하는 오타쿠도 꽤 되고, 서양 문물은 이렇다, 일본 문물은 저렇다고 확연한 특징을 집어내기도 당연히 불가능하다. 일본 쪽 덕후도 서사 많이 따지고, 서양 쪽 덕후도 모에 포인트 많이 따진다. 덕질은 정형화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서브컬쳐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둘 모두의 입맛을 충족할 수 있는 캐릭터는 몇 되지 않는다. 타겟층의 이슈이다. 대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상업예술은 한 쪽을 공략해서 매체를 내놓기 때문에.

그런만큼 발3의 아스타리온이 특수하게 느껴진 이유는 아무래도 서양 쪽 캐릭터인데도 일본 쪽의 향기가 짙게 나기 때문이다. 방대한 세계관 속 엄청난 서사를 가진 캐릭터인데 모에 포인트가 수도 없이 나온다. 콕 집어 이야기하지면... 솔직히 BL의 향기도 많이 난다. 뱀파이어라 고고한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스폰!이라는 요소부터 시작해 첫날 밤부터 대놓고 내 목에 이빨을 박으려고 하질 않나, 어머어머 얘 좀 봐라? 싶어진다. 어쩔 수 없다. 발3은 야겜이다. 대놓고 노림 캐를 내야 한다.

못생겼다고? 아래를 보고 다시 보자. 정말정말 미형이다.

아스타리온의 외형 또한 (서양 캐 치고는) 일본에서 좋아할 법 하다. 서양 쪽 캐릭터들은 대개 모에 포인트보다는 리얼리즘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되어 솔직히 미감이 일본에 비해 임팩트가 크지 않다. 고타쉬만 봐도 그렇다. 고타쉬 정말 못생겼다. 특히 파이널판타지14를 그나마 하다 온 내게 있어서는 그 얼굴을 보다가 고타쉬를 보면... 아... 참을 수 없이 못생겼다. 심지어 그 옆 오린은 나와 발3을 같이 하는 팟이 ‘영덕이’라고 부른다. 비죽비죽한게 영덕대게 같다는 말이다. ...라리안 스튜디오 미안. 사실 안 미안해. 솔직히 오타쿠를 사로잡는 미감에 있어서는 특수한 카툰풍 데포르메 등이 아니고서야 일본이 조금 더 유리하다고 본다. 당연하다. 미감도 모에 포인트다.

못생겼어...
분명 같은 스타일링인데 훨씬 좋다. 파판은 정말... 변태다... (좋은 의미)

아무튼, 그렇게 비교한다면 아스타리온은 서양 쪽 캐릭터 치고 꽤나 노력한 미형이다. 지금이야 발3에 주름제거 모드, 외형 향상 모드 등이 넘쳐나지만 기존 캐릭터들의 얼굴만 놓고 본다면 아스타리온은 정말 예쁘게 빚어놓았다. 그래서 나도 따지자면 서양 쪽 오타쿠에 가까운 편이기 때문에 아스타리온을 보고 "헉 드물게 잘생겼는걸?"하고 생각했다. DND를 배경으로 이만큼 '아름다운' 남캐를 내놓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일본 쪽 오타쿠 지인에게 발3을 영업하면서 미남 캐가 있다고 아스타리온을 소개시켜줬을 때, 지인은 아스타리온을 보고 "왜케 늙었어... 염소 할아버지 같애"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물론 그 사람은 원래도 소년미 있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이라 날 보고 교장선생님 같은 캐릭터들을 좋아한다고 말하긴 하지만... 소개해준 내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아스타리온 넌 듣지마. 그럼에도 아스타리온은 서양 쪽 캐릭터 치고는 노력했다. 아무리 봐도 고타쉬보다는 낫잖아. 그렇지만 여전히, 미소년을 좋아하는 일본 오타쿠들에게 아스타리온의 외형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야 있다.

물론 이런 외형 변경 모드도 있다. 확실히 일본 겜다워졌다.


 

3. 그리고 발3은 미연시다.

 
그런 면모와 더불어 본격적인 미연시적 면모에 들어갈 때에도 아스타리온은 꽤나 매력적이다. 매력적이란 말은, '흥, 바보같애'라는 말이 따라붙는다는 말이다. 한국인에게 있어 '바보같다'라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과 동급의 언어이다. 정말 어이 없게 구는데 그게 자꾸만 생각나고... 몰라, 아무튼 바보같아. 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아스타리온은 공략하기 힘들다. 마냥 악성향으로만 해도 안되고, 선성향으로만 가도 당연히 안된다. 누군가에게 굴복하면 안되지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굴어서도 안된다. 까다롭기 그지없다. 그만큼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나도 어렵다. 내가 선성향 플레이를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얘를 공략하는게 정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나름 악성향스러운 대답도 많이 했는데 계속 호감도 9n대에 머물러 있다. 지금도 아마 98인가 그럴 거다. 3막 마지막인데다 그것 때문에 승천까지 시켜줬는데도 왜인지 모르게 안 오른다. 짱난다. 아니 승천 시켜줬잖아. 짜증나는데 그만큼 오기가 생기고 신경쓰인다. 얼른 할신이랑 섀도하트랑 다자연애하게 해줘. 그래 사실 이 얘기 하려고 이 글 썼다.

이 정도 되면 쫌 사겨조.

발3 후기만 봐도 아스타리온 연애 관련 질문글이 수두룩하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아스타리온 공략을 노리게 된다. 그만큼 잘 짜인 캐릭터라는 말이다. 마라탕처럼 몸에 안 좋다는 걸 알아도 계속 생각나는 거다. "스며드는 것"이 이렇게나 무섭다. 나만 해도 아스타리온이 취향인 캐릭터냐 하면 전혀 아니다. 난 몸집도 근육도 크고 사연 있고 처연하고 머리가 긴 남캐를 좋아한다. 아스타리온은 체구도 작고 진중하지 않은 스타일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내게 발3의 오리진 캐릭터 최애가 누구냐 한다면 어쩐지 (내 취향 범벅 커마를 해둔 어두운 충동을 빼고는) 아스타리온을 꼽게 된다. 왠지 모르게 그렇게 된다.

그게 발3 시나리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엔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정말이지 발3은 시나리오로 차력쇼를 했다. 이것까지 생각했다고? 여기서도 크게 분기점이 나뉜다고? 이거 이런 엔딩도 가능한가? 싶은 미친 분기점 차력쇼가 이뤄지는 와중에 캐릭터도 붕괴되는 설정 하나 없이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다. 라리안 스튜디오에서 시나리오를 쓸 수 있던 노하우가 정말이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이번 GDC 관련 기사도 찾아봤는데 죄다 후속작 안만든다는 이야기 뿐이더라. 쭈룩...


 

4. 그러므로...

 
결론이야 뻔하다. 그러므로 아스타리온은 매력적이다.

대단히 개괄적이고 얄팍한 분석이지만, 그렇다고 아스타리온의 대사를 하나하나 살펴가며 "이 부분이 특히 맛있어요"라고 하기엔 나도... 나도 내 사회적 체면이 있다... 그래도 알 사람들은 내가 각각의 부분에서 어떤 장면을 떠올렸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궁금해진다. 내 글에서 '그건 그게 아닌데...' 하는 부분이 있다면, 특히 덕질의 본질에 대한 분석에 대해서 그런 부분이 있다면 내 생각을 넓혀나가고 싶고 함께 의견을 나눠보고 싶다. 아무래도 덕질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하는 분야만 하게 되다보니 다양한 분야에 손대기는 어려우니까. 더군다나 덕질의 뿌리랍시고 반지의 제왕이나 에반게리온을 들고 왔는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뿌리는 아닐 거다. 그래도 특징을 알기엔 충분할 거라 생각해서 들고 온 거긴 하다.

아무튼, 첫 분석글이기에 다소 가볍고 서툴게 써봤지만, 나름대로 재밌는 시간이었다.

다음 캐릭터는 누구로 해볼지, 어떤 것을 더 집중해서 분석해볼지 고민하며 이번 글은 마무리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