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이라면... 정말 기본적인 내용이라지만, 진짜로 그 내용을 직접 경험하고 체감하여 알았을 때와는 느끼는 바가 다르다.
사실 강연 자체는 정말정말 근본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걸 한다는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지, 정도의 내용이지 않을까. 정말 하는 업무가 무엇이고, 그에 대해 어떤 적성을 가지고 있어야 유리한지를 짚어주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가 이 내용을 글로 읽고 '안다'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 1~2년 전의 나는 내가 이 내용을 잘 알고 완벽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이 내용을 봤을 때, 그 동안 인디 게임을 만들어보며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직접 경험하며 알아간 뒤에 이 내용을 다시 보니 1~2년 전의 나는 그 표면만 알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이 내용을 다시 살피며 더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지게 됐다. 특히나 '신입 당시에는 기획이 아닌 소설을 작성한다'는 말, 그리고 결국은 타 직군을 설득하고 이들이 작업하기 편리하도록 설명하기 위해서는 시각화를 위해 '도표가 무척이나 유리하다'는 것, 특히 엑셀이 나의 주요 툴이 된다는 것. 이건 내가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알아도 체감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에는 내가 써온 시놉시스를 보고 이걸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난감해 하는 프로그래밍 직군과의 협업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아트 직군은 그래도 경험해본 바가 있으니까 나름 쉬웠지만.) 또 그렇다 해도 내 이야기를 쓸 수 있겠지~ 라던가, 그래도 내 창작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주겠지~ 라고 꿈에 부푼 마음을 가졌지만, 현실적으로 개발 비용을 줄이려면... 이라든지, 이게 시스템 상 어떠어떠하게 바뀌어서 설정이 어긋날 것 같아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든지 하는 경험을 하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창작물을 존중하지 않는게 아니고 현실적으로 그게 우선순위가 높을 뿐이다. 이걸 알게 되며 정말 공동의 작업물, 공동의 창작물로써 게임을, 거기에 더해 서비스로써의 게임을 제작하는 시야를 가지게 되며 이 부분이 다른 방향으로 절감되었다.
여담이지만 온전히 내가 원하는 방향의 창작을 못한다는 것, 이것은 오히려 나에겐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철저히 구조가 명확한 글을 잘 쓰기 때문에, 이런 글이 필요해요 하면 그걸 쓸 줄 알고, 저런 글로 바꿔주세요 하면 틀을 그에 맞춰 유연하게 잘만 바꿀 수 있다. 하지만 A-Z까지 창작해서 명작을 만들어주세요 라는 요청은 오히려 어려워한다. 굉장히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여기에선 제약이 된다. 모든 글자가, 모든 걸음이 완벽해야 할 것 같으니까 두렵달까... 게임 시나리오는 다르다, 틀이 있으니 그것만 지키면 우선 완벽하다는 인식 때문에 두려움 없이 활보할 수 있다. 틀을 바꿔도 그에 맞춰서 파바박 써내는 건 잘하니까.
이런 경험을 하다보니 내가 진짜진짜 현업자가 되어서, 그러니까 게임 회사에 정식으로 입사하게 되어서 다시 한번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또 이 강연이 다르게 느껴질 것만 같다. 계속해서 내 시야가 넓어지고 깊어지며 느끼는 건, 역시 분야가 무엇이든 공부는 한번으로는 부족하고 거듭해서 할 수록 그 내용을 절감하게 된다는 것. (이거 강연 내용보다 느낀 점이 더 많을지도)
- 세션 정보
- 세션명: 시나리오 좋더군요. 읽지는 않았지만...
- 발표자: 강경원 / 블루홀 신규 모바일 MMORPG 시나리오 기획자
- 세션 설명: 시나리오 기획 직군이 무엇인지에 대해 실무적인 경험에 입각하여 설명
- 주요 내용
- 시나리오 기획자: 글을 쓴다 (X) → 글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든다 (O)
- 디렉터의 오더를 받아 스토리 창출
- 시나리오, 스토리, 퀘스트 총괄 책임
- 시나리오 기획자의 업무
- 세계관
- 지역 및 배경 설정
- 주요 역사 설정
- 종족 및 진영 설정
- 몬스터 설정
- 캐릭터
- 유저 캐릭터 설정 및 스토리 집필
- 주요 NPC 설정 및 스토리 집필
- 퀘스트 NPC 설정 및 스토리 집필
- 퀘스트 몬스터 설정
- 퀘스트
- 구현 형태 결정 작업
- 퀘스트 분류 및 수행 조건 결정 작업
- 퀘스트 내용 집필
- 이외
- 홈페이지 공개용 시놉시스 작성
- 무비(오프닝, 이벤트) 대본 작성
- 세계관 관련 게임 콘텐츠 아이디어 제공
- 세계관
- 시나리오 기획자로서의 서바이벌
- 배경: 스토리를 향유하는 대중은 많은 데 비해 시나리오 기획자 수는 의외로 적은 편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 회상
- 업무 이전: 웹진 연재 또는 영화 시나리오 관련 작업
- 신입: 신입 당시에는 기획이 아닌 소설을 작성하는 경우 대다수
- 툴의 글자수 제한 넘기기
- 못 알아보는 대사 작성
- 줄서기 퀘스트 발생
- 문제: 전설, 신화 등의 스토리적 요소는 기본 but 다양한 분야의 지식 부재 (ex: NPC 설정을 위한 역사, 지형 설정을 위한 지리, 지역 설정을 위한 상업 경제, 몬스터 설정을 위한 생물학 등)
- 성과
- 아키에이지, 데빌리안 등의 게임 → 게임 시나리오 부문 수상 경험도 존재
- 아트나 시스템에 비해 시나리오는 피드백이 적은 편 but 유저 피드백 존재
- 시나리오 기획자의 맹점: 타 직군에 비해 다소 만만하다고 여겨짐 but 적성에 맞고 잘 쓸 때에 시나리오 기획을 하는 것이 더 좋은 방향
- 뛰어난 문장력 → 웹소설 시장 추천
- 나만의 게임에 대한 열망 → 디렉터 테크 추천
- 게임 속 세계 설계에 대한 열망 → 레벨디자이너 직군 추천
- 시나리오 기획자의 노하우
- 카테고라이징: 표를 통해 복잡한 것은 단순하게, 단순한 것은 세밀하게 설명
- 스토리/시나리오/퀘스트 구분: 많은 분야를 다루되 구분은 명확하도록 인식 → 컷씬, 지문, 대사는 자원으로 인식
- 스토리: 내용의 영역
- 시나리오: 구조이자 형식
- 퀘스트: 시나리오 표현의 형태
- 유연한 대처: 타 직군 작업에 따라 빠른 수정 대응 가능한 자세 (게임 시나리오 ≠ 작품) → 러프 단계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
- 시나리오 기획자: 글을 쓴다 (X) → 글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든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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